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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약속 안지키는 정부 때문에 속타는 농협

현물출자 지연에… "이자라도 내달라" 호소<br>정부는 "예산확보 어렵다" 난색 표명<br>신경분리 싸고 정부와 갈등 더 커질듯


이쯤이면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단순히 농협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 눈으로 보더라도 정부의 약속 미이행 정도가 너무 심하다.

지난 3월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을 분리(신경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농협이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지금까지도 후속 작업 처리가 되지 않아 시달리고 있다.

농협의 신경 분리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 정부는 수십년간 미뤄져온 신경분리를 매듭짓기 위해 농협에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해주기로 농협 측과 약속을 했다. 이를 위해 농협 측에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도 했고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도 '대의'를 위해 조직의 수술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과 정부가 농협과의 약속을 해가 가도록 지키지 않으면서 잡음이 커져가고 있다. 급기야 새해 예산안 처리 시한을 앞두고 다급해진 농협은 정부 측에 '이자라도 보존해달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 측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부처 간에 떠밀기만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농민들까지 불똥이 튈 조짐이고 새해에도 농협 신경분리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질 듯하다.

◇기다려도 답이 없는 메아리에 농협 '이자라도 달라'= 30일 관련부처 및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농협은 현물 출자분 1조원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해줄 것을 국회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 약속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다면 정부가 농협채권 1조원의 이자 연 340억원을 5년 동안 대신 내달라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3월 농협을 경제 부문과 금융 부문으로 나눈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총 5조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4조원을 이차보전하고 산은금융지주와 한국도로공사 주식을 5,000억원씩 모두 1조원을 현물 출자키로 했다.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 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임원 급여반납, 임원 수 축소, 본부인력 감축, 비용절감 등을 단행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문제는 산은금융의 현물출자에 필요한 국회 절차가 무산됐다는 점이다.



산은 주식의 현물출자나 민영화를 위해서는 '산업은행 외채 국가보증 동의안'을 국회가 승인해야 한다.

그런데 산은 민영화를 반대하는 민주당이 이 동의안을 거부했다. 6월에 제출된 동의안이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며 농협에 대한 현물출자가 기약 없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농협 측은 새해 예산안 처리 시한을 앞두고 국회에 현물출자 대신 이자비용에 대한 이차보전을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하는 '우회전략'을 택하게 된 셈이다.

◇딴청 부리는 정부= 당장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농협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제안대로라면 당장 산은 민영화라는 '뜨거운 감자'를 해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민영화의 경우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시절 '차기 정부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런데 정부의 움직임은 과도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오히려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마저 보이고 있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도통 움직이지 않는다.

농림수산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힘들며 기존 예산안 내에서 다른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정부로서는 할 만큼 했으니 원한다면 농협이 직접 국회를 찾아가 '구조 요청'을 하라는 것이다. 약속 미이행을 넘어 사실상의 직무유기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 지원을 위해 다른 농업 예산을 삭감한다면 농업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현물출자 1조원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즉각 전환하고 이차보전 소요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별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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