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비상… 한국 발칵 뒤집힐 위기 상황
"세자릿수는 안된다"… 조건부 금융거래세 논의 수면위로[기로에 선 외환관리] 2부 추락하는 환율… 어떻게 막나정부 "중장기 과제로 도입 필요하다" 인정 속"세율 미미해 투기자본 잡기 역부족" 지적도자본규제 3종세트 등 보조 맞춰 추진해야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글로벌마켓영업부의 딜러가 11일 서울 외환시장이 개장하면서부터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모니터를 보면서 분주하게 거래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원ㆍ달러 환율이 11일 1,050원대로 뚝 떨어지자 원화 값의 과도한 급락세를 막기 위한 추가 규제책 검토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가팔라지는 환율 하락속도를 초기에 잡지 못하면 환율이 자칫 세자릿수까지 추락해 수출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는 위기감 탓이다.
실제로 여권이나 경제연구기관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의 일시적 시장개입을 넘어선 강력하고 상시적인 시장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일각에서 외환거래에 대해 정률의 세금을 매겨 환율교란의 주범인 투기자본의 유입을 막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토빈세' 도입론이 다시 불붙은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당국 안팎에서는 '조건부 금융거래세' 검토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건부 금융거래세란 평상시에는 외환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다가 외환시장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경우에 한해 일정률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주장한 내용이다. 그 이전에는 조원동 조세연구원장이 비슷한 취지의 2단계 토빈세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외환거래에 대해 평상시에는 낮은 세율, 위기시에는 높은 세율을 매기자는 뜻인데 평시에는 제로 세율을 매기자는 삼성연의 주장보다 더 강력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당장의 도입에는 공식적으로 난색을 표명하지만 조건부 금융거래세 도입의 필요성은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011년 10월6일 국회에 출석해 토빈세에 대해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세금으로 당장 급락하는 환율을 잡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우선 거래세의 세율이 미미할 수밖에 없어 외국인 자금 유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대형 투자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거래세를 매긴다고 해도 시장의 충격을 걱정해 건당 세율을 소수점 수준으로 잡을 텐데 단기간에 천문학적 수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해외투자가들이 그 정도의 세금을 겁내겠느냐"고 지적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느냐는 것인데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입법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파생상품 거래세'도 세율이 0.01%에 불과했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세 부담을 위해서는 자본이득세를 매기는 게 효과적이지만 이는 입법작업에 훨씬 더 큰 진통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돼 입법이 추진돼도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봤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매기겠다는 원래의 정부 입법도 실제 시행시기는 오는 2016년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무산됐다"며 "외환시장은 광속으로 움직이는데 거북이걸음을 하는 세법개정으로 잡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은 환율방어용보다는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차원에서 검토하고 단기 및 중기 차원의 환율대책은 별도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장은 외환당국이 실탄 부담 없이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할 수 있도록 외국환평형기금 등의 재원을 보다 확충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금리정책 또한 환율안정대책과 엇나가지 않도록 한국은행이 재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일도 전제돼야 한다고 금융권은 내다봤다. 이와 함께 기존의 이른바 자본유출입규제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한도, 외환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의 강도를 시장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곁들여져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기적으로는 우리의 무역결제 통화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한층 가속화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자금을 무역결제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