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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확대 시급
입력2003-09-14 00:00:00
수정
2003.09.14 00:00:00
요즘 기업들의 투자여건을 보면 외견상 상당히 나아졌다.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에 머물러 있고 주가도 작년말보다 60% 가량 상승해 자금조달여건은 좋은 편이다. 또한 상장사협의회 조사 결과에 의하면 12월말 결산 상장기업의 현금보유액은 17.8% 증가해 내부적으로도 여유자금이 크게 늘었고 지난 2~3년간 설비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에 투자의 필요성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투자여건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올 상반기 설비투자는 경제성장률(2.7%)을 밑도는 0.4% 증가에 머물렀고, 통계청의 7월중 설비투자추계지수도 11.0% 줄어 2001년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소비, 수출 등과 함께 국민경제의 최종수요를 구성하며 기존 자본에 더해져 국민경제의 생산능력을 결정한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지탱하여 온 민간소비가 과도한 가계부채 등으로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설비투자의 부진은 경기회복을 더욱 지연시키고 앞으로의 지속적인 성장을 어렵게 할 것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신호와 함께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경제만이 낙오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이제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찾고 세계경기 회복에 동참하기 위해 설비투자의 확대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먼저 노동자와 기업가는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라 공생의 관계에 있음을 인식하여 노사문제의 안정을 통해 위축된 기업가의 투자마인드가 회복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노사불안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국내투자를 기피하게 되고 이는 산업공동화현상을 진전시켜 자칫 공멸의 길로 빠질 우려도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합리적이고 절제된 노조활동이 요구되는 때다.
아울러 기업가들도 적극적인 투자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투자는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 의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향후 수익을 기대하면서 투자를 집행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기 까지 투자시점을 늦추게 되면 경쟁력 상실은 물론 경기회복시의 호기를 놓칠 수도 있다. 투자에 있어 지나친 신중함 보다는 어느 정도의 선제적인 투자자세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강형문(한국금융연수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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