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대방동에서 과천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새해 들어 무섭게 치솟고 있는 물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집 앞 성원상떼빌 상가 내 ‘김밥천국’에서 매일 1,000원 한 장(김밥 한 줄)으로 아침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새해부터 한 줄 가격이 1,500원으로 50%나 올랐다. 4호선 과천정부청사역에 내려 회사에 들어가기 전 이른바 ‘길거리 커피점’에서 2,000원에 그윽한 원두향의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겼지만 이 역시 2월부터 2,500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출근 전 즐겼던 단출한 김밥과 커피가 마치 담합이라도 한듯 모두 500원씩 올랐다. ‘500원의 반란’이 시작됐다. 출퇴근길 직장인들이 만끽하던 2,000원짜리 길거리 커피는 줄줄이 2,500원으로 오를 태세다. 평생 1,000원짜리 김밥일 것이라 ‘굳게 믿었던’ 김밥천국 김밥도 1,500원으로 가격표가 바뀌고 있다. 한달로 치면 ‘행복한 출근’을 위해 지난해보다 2만원(1,000원×20일)을 더 써야 할 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솟기 시작한 국제 원자재와 농수산물 가격 여파가 당장 직장인들의 출퇴근길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15일 커피업계에 따르면 국제 원두가는 지난 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아라비카 원두가 1파운드당 122.4센트에서 137.1센트로 12%, 로브스타 원두는 71.4센트에서 91.2센트로 28% 올랐다. 이에 따라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초부터 상당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들이 2,000원으로 고정시켜왔던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을 2,500원으로 올려 받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의 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은 이달 초부터 ‘2,000원짜리’ 가격전략을 결국 포기했다. 이곳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고급 원두를 쓰다 보니 원두 가격 인상 압박이 인근 다른 커피점보다 더 커 결국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가격을 2,500원 올리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걱정했다. 서울 삼청동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점 ‘Le Petit Prince(어린왕자)’를 운영 중인 바리스타(커피제조 전문자격 소지자) 윤모씨도 “새해 들어 1월 중순부터 점포에 들여오는 원두 가격이 1㎏당 3만2,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10% 가까이 급등했다”며 “여기에 일회용 컵 가격까지 덩달아 올라 물가 상승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이탈리아산 원두를 공급해주고 있는 업체가 아무런 통보 없이 가격을 올린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커피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먼 곳에서도 이곳을 찾는 단골들에게 너무 미안해 이도 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커피 가격 인상 움직임은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커피빈의 경우 이미 지난해 하반기 모든 커피 가격을 300원씩 일괄 인상했다.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 커피(스몰 사이즈)가 3,7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더 이상 이곳에서는 3,000원대 커피를 찾아볼 수 없다. 직장인의 아침식사 대용품이자 학생들의 유용한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김밥천국에서도 500원의 반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밥천국 프랜차이즈 업체인 ㈜정다믄의 이진영 홍보팀 주임은 “지난해 말부터 김밥 가격 인상을 문의하는 전국 가맹점주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새해부터 가맹점마다 가격을 500원 더 올릴 것을 자율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격정책 변화로 이미 서울 소재 상당수 김밥천국 가맹점들이 가격을 인상한 상태라고 정다믄 측은 밝혔다. 지난해부터 김 값이 꾸준히 오른데다 채소 가격도 급등해 김밥천국 사업 초기 1,000원짜리 김밥 하나로 남았던 500원대의 이윤이 현재 200원대로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 주임은 “질 좋은 김과 채소를 고집하는 가맹점들의 경우 마진이 더더욱 적어진다”며 “1,000원짜리 김밥이라는 상징성을 이제는 포기해야 할 만큼 치솟는 물가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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