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한달 동안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88억 달러 이상 급감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3,000억 달러를 겨우 넘겼다. 환율급등(원화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매도를 통한 시장개입에 나선 데다 유로ㆍ파운드 등 외화표시 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033억8,000만 달러로 전월 말보다 88억1,000만 달러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1월 117억5,000만 달러 감소한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3,072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5월 3,050억8,000만 달러 ▦6월 3,044억8,000만 달러 ▦7월 3,110억3,000만 달러 ▦8월 3,121억9,000만 달러를 나타내는 등 증가세는 보였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원ㆍ달러환율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자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자금을 풀었다. 외환당국은 환율 급변동을 저지하기 위해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경우 하루에 보통 10억 달러 가량을 투입하지만 원ㆍ달러환율이 급등했던 9월의 경우 35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악화될 경우 역외 세력들의 달러매수 강도가 강해지고 외국인들의 한국 유가증권 정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ㆍ달러환율은 추세적으로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가 깨질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9월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또 다른 이유는 유로ㆍ파운드 등 외화표시 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신재혁 한은 국제국 과장은 “유로화ㆍ파운드화 등이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로 표시된 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의 경우 달러 대비 유로화는 6.8%, 파운드화는 4.1%, 엔화는 0.6%, 호주달러는 9.8%, 캐나다달러는 6.9% 평가절하됐다. 주요국과 비교한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8위로 8개월 만에 한 단계 밀려났다. 이는 7월 말 기준 8위였던 스위스가 외환보유액을 전월 말보다 891억 달러 늘리며 5위로 치고 올라간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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