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금 구미공단은] 하청사 "빅딜지연땐 도산"
입력1999-02-04 00:00:00
수정
1999.02.04 00:00:00
지난 1일 하오 2시. 경북 구미시 송정동 송정공원. LG반도체 구미공장 전직원 1,300여명이 정부의 빅딜철회와 생존권보장을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열고 있었다. 또 이 시간 대우전자(주) 구미공장 전직원 2,900여명은 금오산에 있었다. 지난해 12월16일 송정공원 규탄대회이후 수차례에 걸쳐 집회와 가두행진을 가짐으로써 구미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느냐는 미안함을 구미시의 대표산인 금오산 환경캠페인 활동으로 보답키 위한 것이다.김상일(金相一) 대우전자(주) 비대위 구미지부 홍보국장은 『정부의 빅딜발표이후 빅딜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이에따라 피해업체 종사자들의 생존권사수 투쟁은 더욱 열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밋밋한 대응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구미상공회의소 5층에 마련된 구미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
지난해 12월12일 구미지역 시민단체 130여개가 「죽어가고 있는 구미경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결성된 비대위는 정부의 대기업 빅딜발표이후 구미공단을 지탱하고 있는 대우전자(주)와 LG반도체가 피해업체로 나타나자 시민의지 결집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미공단의 핵중의 핵인 이들 두기업을 죽인다는 것은 구미와 구미시민을 죽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민심이 흉하게 된 것도 정부의 불합리한 빅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대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석호(金碩鎬) 비대위 사무국장은 『정부가 기존 공단을 축소 또는 폐쇄하면서 다른 지역에 신규 공단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는 것 등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경제정책임에 틀림없다』며 『일부 정치인들이 구미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구미시민 대부분은 정치가 아닌 구미경제 논리에 따라 정부에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미시와 구미시민들은 LG반도체와 대우전자 구미공장의 향후 미래와 함께 구미공단내 기업 대부분이 이들 두기업의 하청·협력업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하고 있다. 이들 두기업이 구미공단에서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공단내 중소기업 대부분은 부도를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LG반도체 구미공장과 대우전자(주) 구미공장 직원은 각각 1,300명과 2,900여명. 그러나 이들 두기업의 구미지역 하청·협력업체는 모두 350개에 이르고 이들 업체에 종사하는 직원은 6,000여명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1년 구미공단 조성이후 줄곧 구미공단에서 활동해온 이장범(李章範) (주)가나상사 대표는 『정부의 빅딜발표이후 구미지역 중소기업의 조업률이 30%까지 떨어진 상황이며 최근 대우전자(주)와 LG반도체가 공장가동을 중단한 이후 전면 조업을 중단했다』며 『조속한 시일내에 두 기업의 공장이 돌아가지 않을 경우 하청·협력업체의 연쇄부도는 불보듯한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이러한 구미경제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구미시 당국은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구미시차원을 넘어 발생한 경제위기에 속수무책으로 정부만을 바라보고 있는 형편이다.
채동익(蔡東益) 구미시 경제통상지원과장은 『구미경제가 경북지역 수출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6%에 이르고 있는 상황으로 구미공단이 죽는다면 경북경제까지 침체의 늪을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 것』이라며 『대기업구조조정이 하루속히 이뤄져 공장이 가동돼야만 협력업체들 또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조속한 빅딜마무리를 요구했다.
구미공단이 만든 구미시. 지금 구미공단이 죽음 일보직전에 놓이며 구미시 또한 살기위한 몸무림에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날 송정공원 집회에 참석한 LG반도체 한 직원은 울분에 찬 붉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9,000여 전직원의 피와 땀으로 일궈논 LG반도체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회사를 다시 살리는 길은 직원 모두가 힘을 하나로 모으는 길 뿐입니다』
33만 구미시민과 LG반도체 구미공장·대우전자 구미공장 직원 모두는 무엇보다 구미공단 위기를 정치문제로 보지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다. 구미공단문제가 지역감정 차원의 문제로 넘어가게 될 경우 구미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임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미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며 공장문을 나선 직원들이 하루속히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안타까움만이 남을 뿐이었다.【구미=박희윤 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