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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안전성이다. 수소는 친환경에너지의 대명사지만 분명 강력한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는 가연성 가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수소에너지를 논할 때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소폭탄을 떠올리며 불안감을 표명한다. 수소의 진정한 얼굴은 지킬박사일까, 아니면 하이드일까. 지난해 12월 울산 소재 SK에너지 중질유분해공장에서 수소생산설비(PSA) 배관설치 작업 중 수소가스가 누출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지난 2003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실험실에서 고압수소용기가 폭발해 박사과정 학생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는 모두 수소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화석연료보다 안전성 확보 용이=실제로 수소는 확산성이 천연가스의 4배, 휘발유 증기의 12배에 달해 폭발범위가 넓다. 착화온도도 낮아 쉽게 발화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종류의 연료가 폭발위험을 안고 있어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수소는 여타 탄화수소계 화석연료보다 안전성 확보가 용이한 물질이라고 지적한다. 김종원 고효율 수소에너지 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수소는 이미 산업 분야에서 연간 약 5,000만톤, 우리나라에서도 연 290만톤이 생산, 유통되고 있다"며 "수소 자체의 위험성과는 별도로 현 기술로도 충분히 안전한 제어와 활용이 가능한 에너지"라고 밝혔다. 김동묵 동신대 수소에너지학과장의 경우 수소 화재 및 폭발 가능성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수소가스의 높은 확산성은 안전에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며 "수소 누출시 특정 공간에 잘 축적되지 않고 신속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963년부터 지난해까지 47년간 발생한 국내 수소가스 관련 사고가 총 54건, 연간 1.1건에 불과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김 교수는 또 미 에너지국(DOE) 등의 연구ㆍ실험 자료를 인용해 수소의 안전적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라고 전했다. 연소시 독성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순식간에 연소되는 만큼 질식의 우려가 매우 적고 수소 화염의 복사열도 화석연료의 10%에 불과해 일정 거리만 유지하면 화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우며 2차 화재 유발 가능성도 적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미국 조지워싱턴대 산하 혁신기술연구소(BTI)도 2008년 '수소와 법제도-안전과 책임' 제하의 보고서에서 수소가 기존 연료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다. ◇수소연료전지차 폭발은 기우=안전성과 관련해 일반인이 가장 많은 우려를 표명하는 대상은 수소연료전지차다. 자칫 폭발하면 사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 탓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세계 에너지 전문가와 안전관리기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유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소용기에 있다. 차량용 수소용기는 700bar 수준의 고압을 견디기 위해 용기 전체를 탄소섬유나 유리섬유 복합재료로 20㎜ 이상 휘감은 복합용기를 쓴다. 때문에 물리적 충격으로 파손돼도 용기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찢어져 파열될 뿐이다. 수소복합용기 개발업체 일진컴포지트의 지용찬 사장은 "수소복합용기는 설계파열압이 사용압력의 2.25배 이상, 사용연한은 최대 충전회수의 3배 이상이 되도록 제작된다"며 "350bar 용기를 프레스로 압축했을 때 150톤을 견뎠고 2톤의 충돌하중에 문제가 없었다는 해외 실험자료도 있다"고 밝혔다. 수소연료전지차의 안전성은 2003년 BTI의 실험으로 실증되기도 했다. 휘발유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연료를 강제 누출시켜 화재를 일으켰는데 휘발유 차량은 1분 만에 차량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전소됐다. 반면 수소차는 순간적으로 불길이 치솟았을 뿐 차량에 큰 피해 없이 1분 30초 후 불길이 사라졌다. 2008년 진행된 현대ㆍ기아자동차의 실험에서 또한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 회사에 따르면 수소저장용기 탑재 차량을 전면ㆍ측면ㆍ후방에 걸쳐 수차례 충돌 실험을 했는데 부품 이탈, 파손, 수소가스 누출이 전혀 없었다. 화재실험에서도 휘발유자동차보다 화염의 규모와 지속 시간에서 안전성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제도 및 표준화가 관건=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안전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위해 극한 상황에서 충돌 테스트를 계속하고 있다" 며 "차량 안전성 확보는 사실상 이미 완료된 상태" 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다만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의 안전관리책임자인 제니퍼 해밀턴은 수소 화재가 낮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해밀턴은 "때문에 DOE와 CaFCP에서 수소차 상용화에 앞서 소방관 대상의 수소화재 진압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소 안전성과 관련해 인재(人災)에 따른 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며 체계적으로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완벽한 안전기준을 마련해도 이를 지키지 않을 수 있고 부주의에 따른 사고 개연성이 상존한다는 이유에서다. 1994년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처럼 지하공동구에 고농도의 수소가 축적, 폭발하면 매머드급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관련 제도 및 안전기준 표준화도 핵심 사안이다. 김 단장은 "안전 법규 정비와 표준화 등에서 산ㆍ학ㆍ연ㆍ관의 공동보조가 필요하다"며 "일례로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서 규정하는 압력용기 설계기준, 사용 가능 강재의 제약 등 규제 분야를 기술 데이터와 해외 사례를 검토해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덧붙여 "수소경제시대의 수소에너지는 대상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한층 확고한 안전기준을 요한다"며 "하지만 특성을 이해하고 제어한다면 현재의 휘발유만큼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동기획=서울경제신문ㆍ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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