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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적정통화량

돈 많이 풀리면 물가불안등 부작용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경제 곳곳에 부작용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려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값이 크게 치솟자 한은이 나서 돈줄을 조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무슨 일이 터질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다. 돈이 많이 풀리면 우선 물가가 불안해진다. 물가가 뛰면 경제 및 사회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한국은행이 요즘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돈이 많이 풀리면 경제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유동성(M3)은 7월말 현재 1,095조원에 이르고 있다. M3는 한국은행이 시중에 풀린 돈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중심통화지표로 현금, 요구불예금, 저축성예금, 금전신탁, 금융채 등 현금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더한 것이다. M3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7년말에는 659조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5년새 500조원 이상 늘어났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통화량은 그리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통화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경제규모가 커지면 유통되는 돈의 양도 그만큼 늘어나는 게 마땅하다. 성장을 통해 경제전체에 공급되는 재화가 늘어나면 이를 매매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늘어나는 게 문제다. ▶ 통화량은 어떻게 측정하나 흔히 적정 통화량을 산출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하는 것이 EC방식이다. EC방식에 따르면 적정 통화증가율은 예상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을 더한 뒤 통화유통속도변화율을 빼 계산된다. 지난 72년 유럽공동체(EC) 각료이사회가 모든 회원국에 이 같은 방식으로 적정 통화증가율을 측정하라고 권유한 후 EC방식은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화폐유통속도는 매년 약 3%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경제발전과 함께 상품 매매 목적뿐 아니라 금융자산에 투자하기 위한 화폐수요가 늘어나면서 화폐유통속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각각 6%, 3%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화폐유통속도 변화율(마이너스 3%)를 빼면 적정 통화증가율은 약 12%로 추정된다. 한국은행도 EC방식을 활용해 올해 M3 증가율 감시범위를 8~12%로 잡고 있다. 이 감시범위를 벗어나면 일단 한은이 콜금리 등 정책수단을 통해 정책기조를 변경해야 할 이상징후로 평가된다. 이 같은 EC방식으로 평가해 보면 M3 증가율은 적정 수준을 벗어난 상태다. 올들어 M3증가율은 ▲ 1월 11.6% ▲ 2월 11.9% ▲ 3월 12.9% ▲ 4ㆍ5월 13.7% ▲ 6월 13.5% ▲ 7월 12.9%(잠정치) 등으로 1ㆍ2월을 제외하곤 계속 감시범위를 웃돌고 있다. ▶ 가계대출 급증이 문제 이처럼 M3가 적정 수준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로 가계대출 급증 때문으로 평가된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고는 지난 8월말 현재 203조원으로 지난 99년말의 80조원에 비해서는 2.5배나 늘어났다. 반면 8월말 현재 기업대출 잔고는 222조원으로 지난 99년말의 168조원에 비해서는 32%가량 늘어났다. 가계대출이 기업대출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올들어 가계대출은 매달 5~6조원 가량 늘어나면서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은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쓰여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상당부분 가계대출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신용불량자 양산, 은행 등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급증 등으로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최근들어 금융감독원 등 정부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담보가치비율 하향조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우선 은행들이 기업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축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통화량은 어떻게 조절하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고 해서 이를 흡수한다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다. 한은이 운영중인 총액대출한도를 축소하면 당장은 통화량을 빨아들이는 효과는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콜금리가 오르게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3%)를 지키기 위해 콜금리를 일정 목표(현재 4.25%)로 유지한다. 콜금리가 목표치 이상으로 오르게 되면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매각을 통해 돈을 풀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통화흡수는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가계대출 수요 등을 억제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은 콜금리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가계대출 수요 뿐 아니라 설비투자 등을 위한 기업의 자금수요도 위축된다. 한은이 이달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 등 외부환경 불투명을 이유로 콜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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