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양行 열차 출발~" 그날은 언제쯤
입력2002-05-09 00:00:00
수정
2002.05.09 00:00:00
도라산역, 북녁고향으로 가는 남쪽 최북단역"도라산? 기리니까, 기냥 돌아가란 말이디?" 해학을 즐기는 우리 민족, 노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불쑥 터진 평안도 말씨의 농담에 열차 안의 노인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린다. 경의선 도라산(都羅山)역, 분단국 이남 최북단의 기차역이다.
열차가 멈춰 서고, 300명으로 제한된 승객은 군인들의 유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도라산역을 빠져나왔다.
휴전선을 넘는 금강산 여행에서 북측의 통제를 받는 것처럼 이 곳 도라산역에서는 남측의 통제를 받는다. 통제 받는 여행, 분단의 실상이다.
이제 더 이상의 농담도, 폭소도 없다. 북쪽 산하를 바라보며 망연자실 한숨을 쉬는가 하면, 빈 하늘에 '어머니~'라고 외쳐대는 이도 있다.
인근 군부대에서는 지뢰를 터뜨리는 폭발 음이 진동한다. 갈라진 땅의 고통은 엄연하게 하늘과 땅을 울리고 있었다.
도라산역은 올해 전세계 언론의 시선이 집중됐던 명소다. 지난 2월 20일 부시 미국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이 곳을 찾았다.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의 화해분위기를 싸늘하게 식혔던 부시는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철로가 한민족을 하나되게 하기를(May this railroad unite Korean families)"이라는 글을 침목에 남겼다.
정부는 경의선의 남북 연결점인 도라산역을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근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를 보수하고 있으며, 오는 18일께부터는 도라산역에서 이들 안보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관광공사는 월드컵 기간 우리나라를 찾는 1만여명의 외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IT산업단지와 더불어 도라산역 등의 안보관광지를 소개할 계획이다.
도라산은 높이 156m에 지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임진강 하구 넓은 벌 한가운데 있어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때문에 시대마다 굵직굵직 역사적 사건들이 연을 맺고 있다.
신라의 마지막 황태자 마의태자가 고려에 투항하는 경순왕을 만류하며 이 곳까지 따라 나섰다가 뜻을 이루지 못해 '도라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고, 고려에 귀순한 경순왕이 이 산에 올라 신라의 도읍을 바라보며 울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시 고려와 신라의 국경이 이 부근이었다는 점이 신빙성을 더해준다.
도라산은 고려 때 정중부가 무신의 난을 일으킨 현장이기도 하다. 의종이 이곳에서 문신들과 더불어 술과 시로 밤을 지새우자, 정중부가 경호하던 무신들의 불만을 수렴해 난을 일으켰다. 도라산 인근에 개울이 하나 있어 못을 이루고 있었는데 정중부는 문신들을 이 못에 집단 생매장했다고 한다. 지금 못의 정확한 위치는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시대 도라산은 한양ㆍ개성ㆍ평양을 잇는 봉수대로 활용됐으며, 광해군때 만주에 출병했던 장수의 부음을 고향에 알리고 지쳐 쓰려졌다는 충마(忠馬)의 무덤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여행메모>
◇열차시간 및 요금= 임진강역에서 출발하는 도라산행 경의선 열차는 매일 오전 10시43분과 오후 2시43분 두 차례 운행한다.
이 열차를 이용하려면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오전 8시10분과 오후12시 10분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민통선 출입 허가절차에 시간이 필요하므로 최소한 30~40분 전에 임진강 역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라산행 열차의 승차인원은 300명으로 제한. 서울역 100매, 신촌역 40매 등 기차역별로 승차권 판매량이 할당돼 있다.
전화예매는 안되고 개인 3일전, 단체는 1주일전에 역에서 직접 표를 살 수 있다. 서울역에서 임진강역까지 1시간 20분 소요. 요금 서울역 2,000원 신촌역 1,900원 1,100원. 문의는 철도청 1544-7788.
◇민통선 관광= 임진각에서는 민통선 관광 셔틀버스를 상시 운행한다. 민통선 마을 통일촌~제3땅굴~도라전망대를 둘러보는 1시간30분 코스. 1978년 6월 발견된 제3땅굴은 너비 2m, 높이 2m, 길이 1635m로 땅굴 안에 들어가면 폭파흔적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도라전망대에 올라서면 개성 송악산, 김일성 주석 동상, 장단역 기차화통, 개성시 변두리 등을 망원경으로 볼 수 있고, 북쪽의 '대성동 마을'로 불리는 기정동 마을과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셔틀버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평일에는 하루 5차례, 토ㆍ일요일에는 수시 운행한다. 요금은 어른 7,000원, 학생 6,000원. 임진각 관광안내소 (031)953-4744.
◇여행 상품= 우리여행사는 12일 '도라산역 망배열차' 당일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서울역을 출발해 파주시 평화의마을, 임진각, 임진강역, 도라산역, 연천군 서부전선의 태풍전망대 등을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온다. 중식 등 경비일체가 포함된 참가비는 3만9,000원. (02)733-0882
문성진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