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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대는 브라질 경제… 국내 수출기업 비상등

국가 신용등급 강등 영향… 헤알화 가치 하락 이어져

한국 車·가전 등 수출 뚝… 中업체 저가공세 타격도


거대 시장인 브라질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국내 수출기업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BB+)으로 강등한 데 이어 최대 기업인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를 포함, 36개사 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우리 기업들은 브라질 현지 스마트폰과 가전 시장에서 30~40%를 점하고 있고 자동차 판매량도 5위를 기록할 정도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의 골이 깊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비상등이 켜졌다.



◇헤알화 가치 하락 직격탄
=13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대브라질 누적 수출금액은 38억5,010만달러로 전년 대비 29.5%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41.4%), 평판디스플레이(-40.5%), 승용차(-46.2%), 컬러TV(-48.3%) 등의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브라질 위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7월에는 수출 하락폭이 더 커졌다. 현지 생산 공장을 둔 기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한국이나 북미 공장 등에서 제품을 생산해 브라질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기아차다.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1년 전에 비해 32%나 급락하면서 8월 기아차의 브라질 내 판매량은 1,01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693대) 대비 4분의1토막이 났다. 기아차는 모닝, K3·K5·K7, 스포티지, 쏘렌토, 쏘울, 카니발 등의 차종의 브라질 판매 물량 전부를 국내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현대자동차는 그나마 낫다.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헤알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손실 영향이 작다. 현대차의 8월 판매량은 승용차 1만6,04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증가했다. 점유율도 1.8포인트 상승한 9.29%를 기록, 피아트·GM·폭스바겐·포드에 이어 5위를 기록 중이다.

휴대폰·가전 등에서 현지 시장 비중이 높은 업체들도 수익성 악화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전자의 브라질 시장 점유율은 TV 23%, 태블릿PC 33% 수준이며 LG전자는 중남미 전체 기준 생활가전·TV는 20~3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두 회사의 브라질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 1·4분기를 기준으로 40% 안팎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핵심부품을 한국 등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환차손에 따른 마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현지 무역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품은 손해를 감수하고 판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현지 부품 조달 확대, 현지 통화 결제 비중 증가, 가격 인상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수위축에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환율보다 더 큰 문제는 시장 위축이다. 브라질 경제는 올 1·4분기(-0.7%)와 2·4분기(-1.9%)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4분기 가구소비는 2.1% 하락하며 200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브라질 경제는 올해 연간 2.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물 경기는 더욱 부진해 브라질 스마트폰 판매량은 4월 전년 동월 대비 1% 감소하면서 7년 만에 첫 하락세를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는 16%나 감소했다. IDC는 올해 브라질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연간 6,3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가 최근 5,400만대로 줄여 잡았다.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의 강민주 과장은 "한국 브랜드의 주 소비층이 이곳 중산층인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이들이 가전·자동차 신규 소비를 줄이고 있다. 자동차도 새로 사느니 수리해 타자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샤오미가 499헤알짜리 중저가 '레드미(Redmi)2'를 최근 내놓으면서 브라질 시장 공략에 나선 데 이어 레노버와 화웨이 등도 저가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율보다 브라질 내수가 위축되고 있는 점에 더 신경 쓰고 있다"며 "생활가전·휴대폰·TV 등 현지 점유율 높아 내수 위축으로 인한 실적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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