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49ㆍ사진) 로만손 사장은 올해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부회장직을 맡게 된데다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연임, 조합 살림을 2년간 더 맡게 됐다. 로만손은 시계업계의 전반적인 불황과 도산 속에서도 매출과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씩 늘어났다. 무엇보다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러시아 지역에서 카시오, 티솟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로 도약한 덕분이다. 러시아 성공신화는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현지 취향에 맞는 고급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주효했다. 전체 수출에서 러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60%로 상승했다. 미개척지였던 영국과 프랑스 시장에도 올해 처음 진출, 유럽 시장에서도 승전고를 올리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닻을 올린 쥬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도 상한가를 치며 9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11월 말 현재 445억원의 매출을 기록, 올해 전체 매출목표 463억원 달성이 순조로울 전망이다.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 내년 무역의 날에는 3,000만불 수출탑도 기대할 수 있다. 김 사장이 유난히 빠쁜 한 해를 보낸 것은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를 준비하면서 입주협의회 회장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로만손 컨소시엄을 비롯해 에스제이테크, 신원, 리빙아트 등 15개 업체가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로 선정된 후 입주업체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고 통일부 등 정부 당국자들과 협의하면서 숨가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김 사장은 “최대한 중립을 유지하면서 남북경협의 본질이 퇴색되지 않도록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편 기협중앙회 부회장을 올해 처음 맡게 된 김 사장은 “국회의원이나 정부 당국자와의 간담회 자리가 꽤 많았지만 중소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중소기업도 스스로 자구노력을 기울여 생존력을 키워 21세기형 중소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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