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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같은 가짜들 판치는 지구촌
입력2003-07-30 00:00:00
수정
2003.07.30 00:00:00
국제 범죄조직 개입·인터넷이 규모 키워
지구촌 시대 가짜 상품이 전세계에 넘쳐나고 있다.
가짜는 이제 명품을 넘어 정밀기계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항공기 사고와 같은 대형참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가짜 상품이 글로벌 경제 시대의 새로운 적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할 정도이다. 가짜로부터 안전한 지역도 상품도 없다.
가짜 없는 상품이 없다
기술 등의 발전으로 가짜 상품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명품이나 소프트웨어, 주류, 담배 등이 주 타킷이었지만 지금은 약품과 식품, 핸드폰, 자동차 부품, 심지어 항공기 부품까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유통중인 약품 중 가짜가 차지하는 비율은 5~7%에 이른다. 가짜 약품은 후진국과 개도국에서 특히 많다. WHO가 2000년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에서 시판중인 말라리아 예방약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3분의 1 이상이 필수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선진국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 조사 결과 에이즈와 빈혈치료제에서 가짜가 발견됐다.
자동차와 항공기의 가짜 부품은 대형사고로 연결된다. 1999년 조사에 의하면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팔리고 있는 브레이크 등 자동차 부품의 10%가 가짜로 드러났다.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3개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에서 200만 달러 상당의 가짜가 적발됐다. 대부분 중고품을 신품으로 위장하거나 불법 개조하는 경우였다.
1989년 추락한 노르웨이 파르트나이르 항공사 소속 여객기는 가짜 불량 볼트로 인해 비행 중 꼬리날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사고를 당했다. 2001년 11월 뉴욕 인근 상공에서 추락한 아메리칸 에어라인 소속 여객기도 가짜 부품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짜 피해자는 주로 선진국
가짜 상품의 피해자는 주로 선진국 소비자와 기업이다.
지난해 미 무역대표부(USTR)는 가짜로 인해 미국 업계가 입은 피해가 매년 2,000억~2,5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2000년 EU 경제비즈니스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가짜로 인해 줄어드는 회원국 전체의 일자리는 매년 1만7,120개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EU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축소분도 매년 74억 달러로 추산된다.
기업의 피해는 가짜로 인한 직접적인 채산성 악화와 품질신용 저하, 가짜 방지를 위한 부가적 투자 등 다방면에서 발생한다. 미국의 다국적 생활용품업체 프록터&갬블은 중국시장에서 횡횡하는 가짜 방지를 위해 매년 3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가짜는 상표권을 가진 기업에 또다른 피해를 입힌다. 지난해 스위스의 생물기술 업체인 세로노사는 자사 상표를 도용한 가짜 약품을 구입한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제조업체가 유통과정에서 가짜가 끼여들지 못하도록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였다.
가짜에 따른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투자도 늘고 있다. 소프트웨어 상품에 복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암호장치를 설치하거나 제품에 위폐 방지용 기술을 채용하는 방식 등 신기술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복제방지 기술 시장의 규모는 2005년이면 매년 10% 이상 씩 확대될 전망이다.
가짜의 주요 진원지는 개도국
가짜 상품을 만드는 나라는 주로 개발도상국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70년대 이후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옮기면서 이전해준 제조기술을 이용해 가짜 제조공장으로 변신했다. 가짜 제조국으로서는 중국이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가짜 상품은 매년 16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지적재산권연맹(IIPA)은 중국에서 팔리는 음반제품의 90%가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제 가짜 상품의 해외 밀수출 규모도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우크라이나는 광학 디스크, 러시아는 소프트웨어, 파라과이는 담배의 가짜 생산국이다. USTR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개도국 30여 곳을 주요 가짜 생산지로 지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의류와 가방 등 유명 브랜드 제품, 미국 플로리다주는 가짜 항공기 부품 제조지역으로 악명이 높다. 한국은 홍콩과 더불어 가짜 명품 제조의 쌍두마차로 꼽히고 있다.
자유무역에 편승해 세계 확산
가짜 상품은 세계화에 따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적 범죄조직이 개입하면서 유통과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상당수는 국제적 마약거래 통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자와 중간상인의 연결을 쉽게 만드는 인터넷도 가짜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인터넷으로 거래되는 가짜 상품은 매년 2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가짜 단속을 위한 국가간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요 가짜 생산국인 개도국들이 고용확대를 위한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있으며, 자국내이 부패구조까지 맞물려 있는 것이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가짜 상품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독소로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배연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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