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외주제작사들이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큰 소리를 치는 시대가 왔다. 그 동안 방송사에 드라마를 납품하는 외주사들은 방송권을 쥐고 있는 방송사들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을상황’이었던 게 사실. 이 때문에 외주사들은 낮은 드라마 제작비와 저작권 문제 등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방송사들에게 끌려가야만 했다. 하지만 외주사들은 최근 방송사들과 함께 대등한 입장에서 부가사업을 펼칠 정도로 제 목소리를 내가고 있다. ◇시청률 상위 10개 드라마중 외주드라마가 6개=.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드라마 시청률 상위 10개 작품 중 외주사가 제작한 드라마는 무려 6개. 인기 드라마 60%정도가 외주사의 손에서 나오는 셈이다. 시청률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방송사로서는 더 이상 외주사를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 대표적인 예가 MBC의 ‘’. 45%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 작년 10월 ‘’ 촬영장 공개 자리에서 정운현 당시 CP는 연장 방송과 관련, “”. 외주사들과 방송사 간의 이익이 합치되는 부분이 많은 것도 한 원인이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외주사들의 경우 부가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방송사도 다매체 시대 추가적인 수익원이 필요하다”며 “외주사와 방송사가 서로의 노하우를 발휘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등한 관계로=KBS 2TV의 ‘’, MBC ‘’ 2일 MBC와 해외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버추얼애드(가상 광고)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광고주 유치를 통한 수익은 MBC와 올리브나인이 55대 45로 나눠 갖는다. 올리브나인은 지난 해 10월 MBC 등과 함께 ㈜투어테인먼트를 설립, 드라마 촬영지 관광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올리브나인이 24.59%, MBC가 18.03%의 지분을 갖고 있는 ㈜투어테인먼트는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눌 예정이다. 외주사와 방송사가 파트너로 사업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외주사들의 드라마 홍보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재 MBC에서 방송되고 있는 ‘궁S’는 제작사 그룹에이트가 홍보대행사 비단을 통해 MBC와 공동으로 홍보자료를 내고 있다. 최근 종영한 SBS의 ‘연인’의 제작사 케이드림과 KBS 2TV에서 방송된 ‘눈의 여왕’의 제작사 윤스칼라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드라마를 홍보했다. 특히 작년 1월 방영됐던 드라마 ‘궁’의 제작사인 에이트픽스는 최근 ‘궁S’라는 제목으로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MBC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외주사 간 빈익빈 부익부도= 하지만 외주사와 방송사 사이의 관계 변화가 일부 메이저 외주사들에게만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메이저 외주사들사이에서 줄어든 이권을 군소 외주사들에게서 챙기려고 할 수 있다는 것. 한상희 경실련 미디어워치 팀장은 “대형 외주사와 방송사 간의 관계가 대등해짐에 따라 방송사들과 약소 외주사 간에는 불공정 거래가 더 심해질수있다” 며 “열악한 외주사는 더 열악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수있다” 고 진단했다. 박웅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산업연구팀 연구원은 “일부 메이저 외주사들을 제외한 군소 외주사들과 연예·다큐 외주사들은 여전히 방송사에 목을 매고 있는상황” 이라며 “최근의 사례들이 외주사와 방송사간의 건강한 관계 발전의 계기가 돼야 할 것” 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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