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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칠점 많은 인사청문회
입력2003-03-18 00:00:00
수정
2003.03.18 00:00:00
최기문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8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4`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실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초 법을 고쳐 헌법상 국회 임명동의 대상이 아닌데도 국회청문회를 거치도록 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이 권위주의 시절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행사를 받쳐준 네 축이었기 때문이다. 정보수집과 조사 및 사법처리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에 정치권력의 때가 묻으면 그만큼 타락하기 쉽다. 이들이 `권력의 시녀`라고 불리기도 했던 오욕의 과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과거 이들 기관장에 대한 임명이 최고 권력자의 입맛대로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이루어 졌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인사청문회는 분명 발전적인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와 큰 차이가 있다. 총리의 경우 인사청문특위를 만들어 실시하지만 빅4 청문회는 해당 상임위가 맡는다. 또 빅4는 국회 본회의의 인준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상임위가 국회의장에게 청문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그만이다. 이는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해도 대통령이 밀어붙일 경우 그대로 공직에 임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총리의 경우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가 총리후보자에 대해 반대의 뜻을 표시하면 총리 임명이 불가능하다.
국회에서 인준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자칫 `요식행위`에 그칠 우려가 있다. 최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이번 청문회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청문 결과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며 “표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인사청문회는 자칫 청문회를 반쪽짜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인사청문회 때마다 금융감독원 등 유관부서의 자료제출 거부가 반복되고 있다”며 “공직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와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본래 취지를 생각해 본다면 제도개선의 당위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찰청장을 포함한 빅4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 주었으면 한다.
<임동석기자(정치부) fre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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