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원자재를 확보하느라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철판가공 등 일부 업종에서는 이미 사재기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으며 정부도 비축물자 방출을 늘리는 등 긴급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경기회복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구리와 알루미늄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서 중소기업의 경우 원료를 구하지 못해 공장가동에도 차질을 빚는 등 원자재 파동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변화에 가장 민감한 구리의 경우 최근 1년 새 143.6%나 뛰어올라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납ㆍ니켈 등 기초 원자재 가격도 대체로 두 배 이상의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철판가공 업계의 경우 건설현장이나 자동차 제조 등에 쓰이는 열연철판 가격이 최근 두달 새 30%남짓 뛰어올라 심각한 원가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나마 물량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소규모로 물량을 구매하는 섬유나 주물 등 영세 가공업체들은 현금을 줘도 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해 공장가동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회복에다 정부의 4대강 사업까지 겹쳐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면서 실물거래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현금을 싸들고 찾아가도 중간상들이 철판을 판매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호 조달청 연구원은 "지난해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상품시장으로 유입된데다 중국이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연초부터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원자재가 상승기조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간상을 중심으로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원자재를 미리 확보하려는 사재기 열풍까지 확산되고 있다면서 자칫 경기회복에 진입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회복에 발목이 잡힐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비축물자 방출 계획을 늘리기로 결정하는 등 상황에 따라 비상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