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그레이트챌린지코리아] 특별인터뷰 이종화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유무역 문제 등 국제무대서 할말은 자신있게 해야”한국의 경제발전 성공 경험, 개도국들 스탠더드로 삼아G20 정상회의 개최국답게 선진-개도국 가교役 맡아야 대담=안의식 경제부장 miracle@sed.co.kr 정리=이상훈기자 flat@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세계가 한국을 경제개발의 스탠더드로 삼고 있습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나라답게 이제는 개발도상국들로부터 존경 받는 나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종화(51ㆍ사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지역협력국장은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신년 특별인터뷰에서 "선진국으로서의 역할과 선진국ㆍ개발도상국 간 가교로서의 역할은 결코 이율배반적이지 않다"며 "자유무역을 비롯해 국제기구 지배구조 문제 등에 있어 할 말을 자신있게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제금융기구에 있는 한국인중 국가대표 몫의 자리를 제외하고 최고위급 인사인 이 국장은 "전세계 개도국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롤 모델은 중국도 일본도 아닌 바로 한국"이라고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설명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휴직중)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인 경제학자 중 학술논문 피인용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학문적 업적을 이뤘던 그는 지난 2007년부터 ADB에서 근무하며 아시아 개도국들의 경제개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ADB가 있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근무하다 연말 휴가차 한국에 들어온 이 국장을 고려대 정경관 연구실에서 만났다. 오랜 휴직에 따라 학교 연구실을 다소 어색해 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우리 경제에 대한 자부심과 걱정을 동시에 토로했다. -올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나라 안에서나 국제적으로나 우리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십니까. ▦한 해 대부분을 국제금융기구에서 일하며 해외에 있는 저로서는 말 그대로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밖에서 더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이룬 경제적 업적만 봐서도 자부심을 가질 만 합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 아시아 경제를 설명할 때 대표국가로 한국이 꼭 들어갑니다. 흔히 일본이나 중국, 인도를 아시아 대표국으로 생각하지만 개도국들이 따라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더러 중국이나 인도는 아직 한국에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니까요. -G20 정상회의 유치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중간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그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보십니까. ▦G7 안에서도 국가간의 역할이 다릅니다. 일부러라도 아프리카 문제를 들고 나오는 프랑스나 작은 나라의 이익을 주장하는 캐나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큰 나라들과는 쫓아가기 힘든 차이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 선진 강대국 자격으로 우리가 G20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G20 안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세계 경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인지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개발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세계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아젠다를 들고 나오면 국제 사회에서 분명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세계 경제체제 내에서 중간자이자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선진국 문턱에 선 우리나라에겐 여러 도전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인 우리나라에게 개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방으로 인한 이득과 손해는 양면적으로 존재하고, 개방에 따르는 리스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문호를 닫는 게 아니라, 이것을 잘 다뤄서(well-managing)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겠지요. 이번 위기 때 또 한번 느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 경제위기에서 또 한번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그렇다고 위기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개방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개방을 통해 성장한 우리나라로서는 결국 내부적 역량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숙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올해 경제전망 얘기를 해볼까요. 낙관론과 비관론 중 어느 쪽이십니까. ▦여전히 위기상황이지만, 위험요인보다는 회복세가 지속될 것입니다. 출구전략이 올해의 큰 화두입니다. 지난해 'V자형' 회복을 시현했는데 올해 역시 회복세가 꺾이기보단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정부가 주도해 이끌어낸 경기 확장이 민간 부문까지 확산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부분에서 여전히 위험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더블딥으로까지 갈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협의의 출구전략 논의로서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금리인상의 시기를 언제로 보십니까. ▦경기회복세와 자산가격의 움직임, 인플레이션 문제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하지 않다면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금리는 올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통화정책을 인플레이션이라는 좁은 의미로만 보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금리인상은 시작 시기보다도 향후 전개순서 및 방향(시퀀스ㆍsequence)이 중요합니다. 점진적으로 타이밍과 스피드를 함께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국가부채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리스와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는 실제로 재정위기가 불거지기도 했지요. ▦일각에서는 그리스 등 동유럽 재정위기가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것이라고도 하지만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일시적인 확장재정 정책을 편 것이 문제를 일으킬 단계는 아닙니다. 크게 봐서는 결국 정부와 시장의 공존 문제이지요. 위기를 맞아 공적 섹터 비중이 굉장히 커진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 점점 줄어들어야 하는 것 역시 약관화합니다. 지금처럼 정부 채무가 계속 커지면 결국 국고채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고 이는 모든 경제주체의 부담이 됩니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정부의 시장 개입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정부 개입은 앞으로 줄어들어야 할 당위성이 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정부 개입 문제만큼은 선진국, 특히 영미권 국가와 여타 국가들을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영미권은 정부 간섭이 거의 없는, 시장이 너무 앞서 나간 게 문제가 돼 금융위기가 터졌지요. 그렇다고 정부의 개입 자체가 완전한 선(善)은 아닙니다. 한국은 여전히 정부 개입이 너무 심한 분야가 있고 그런 부분에서 개입이 줄어들 여지도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규제의 효과성 여부입니다. 규제 자체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 보단 보다 미시적으로, 분야별로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걸 시장에 맡길 수도, 반대로 정부가 할 수도 없습니다. 중소기업 육성정책이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은 반드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로서 아시아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르는 중국 경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 12월에 중국 정부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중국 경제는 지금 버블 문제를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증시는 100% 상승했고 부동산 가격은 위기 전 평균수준보다 여전히 높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중 버블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미 은행 대출증가율이 40~50%에 달하고 있고 내부 정치적 상황을 봐서도 경기부양적 성장을 멈추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 우리나라의 앞으로가 궁금합니다.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이 과연 앞으로도 가능할까요. ▦국제금융기관 이코노미스트로서, 거시경제와 경제개발을 연구해 온 학자로서 저는 한국경제의 지난 수십 년 간의 발전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인도 등이 수출산업을 앞세워 한국을 추격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격차가 큽니다. 한국 관료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정부는 굉장히 효율적인 집단입니다. 리더십이 있고 특히 인적 구성의 우수성과 잠재력은 대단합니다. 외국에 나가 보면 한국사람 만큼 무섭게 일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맡기면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외국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듭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문제는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일입니다. 지금도 훌륭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인력의 질이 좀 더 창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때마침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제위기에서 탈출한 만큼 이제는 10년, 20년을 내다보고 경제 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게 필요합니다. ◇약력 ▲1960년 강원도 정선 ▲고려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ㆍ박사 ▲1992~1993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1993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1995~1997년 세계은행 자문위원 ▲1994, 1998년 국제연합개발계획(UNDP) 자문위원 ▲1997년~ 하버드대 국제개발연구원(HID) 연구위원 ▲2004~2007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007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지역협력국장, 수석 이코노미스트, 연구조사국장 ▲2009년 세계 경제학자 연구 순위 및 논문 피인용 순위 191위(세계 상위 0.8%, 한국인 경제학자 중 1위) 수출·내수 균형 성장해야 소득 불균형등 해소 가능 한국경제 주요 과제는 이종화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한국경제의 주요 과제로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짚었다. 수출과 내수가 같이 발전해야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현정부의 목표는 물론 소득 불균형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우리나라가 경제규모에 비해 서비스업이 낙후됐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도소매업ㆍ유통업ㆍ관광ㆍ의료 등 서비스업 전반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에 대해 이 국장은 "중요한 것은 그게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라는 말로 정책을 평가했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있고 정부 내에서도 여러 이견이 있지만 모두 정책을 만들어가는 진통이라는 것이다. 그는 "서비스업 선진화처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문제의 경우 정부 내에서, 국민들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외국에서는 1년 내내 혹은 수년에 걸쳐 토론을 벌여 간신히 절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누구도 100% 반대하지 않는 현실적인 타협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국장은 교육 문제 역시 한국이 앞으로 반드시 개혁해야 할 분야로 꼽았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높게 평가했지만 그건 미국 국민의 기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자국의 초ㆍ중학교 교육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나도 대학에 몸담고 있지만 홍콩만도 못한 우리의 대학 경쟁력을 봤을 때는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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