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운용방향 계획을 발표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인 5% 성장과 40만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4일 여당과 협의를 거쳐 내놓은 ‘2005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이와 사뭇 다르다. 성장률 전망치는 4%대로 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일자리 창출 목표도 30만개로 줄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대내외 여건 변화를 고려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이는 한국경제가 수출둔화,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꺼낸 화두는 ‘투자 활성화’다. 제반 여건을 고려해볼 때 수출둔화와 소비ㆍ투자 부진으로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한국경제를 살릴 키워드로 이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절박감에서다. 즉 ‘투자확대→고용창출→소비회복→투자확대’라는 성장의 선순환구조 회복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해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반기에는 기금과 공기업의 여유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기금 1조1,000억원, 공기업 2조원 등 총 3조1,000억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종합투자계획과 민자사업을 통해 3조3,000억원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의 한 축인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당근정책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당ㆍ정간 공조 강화를 통해 규제개혁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것. 또 대기업 등 민간투자 유도 차원에서 공장입지 문제 등 투자 애로요인도 해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비촉진의 일환으로 현재 추진 중인 서비스시장 개방은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해외 이민자들의 국내 재산 반출액이 지난해 23조6,000억원에 이르고 있는데 이 돈을 국내로 끌어들인다는 계획. 이를 위해 교육ㆍ의료ㆍ보육 등의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와 개방을 통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추경예산 편성과 세금감면을 통한 경기 활성화 방안은 지속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투자 활성화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큰 방향에서 옳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내세운 것은 맞는 방향이다. 민간 부문의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공공 부문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 활성화는 어떻게 보면 매우 진부한 주제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매번 규제개혁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규제의 숫자만 줄일 뿐 투자의 발목을 잡는 핵심 규제나 덩어리 규제 완화에는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 역시 “투자 활성화의 불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세부 운용계획을 수립할 때 이 같은 점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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