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사진) 현대중공업 회장이 정체상태인 그룹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대대적 혁신작업에 착수했다.
1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열린 그룹경영전략세미나에서 "세계경제 침체에 따라 그룹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그룹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09년 29조2,500억원이었던 현대중공업의 매출액(연결기준)이 2012년 54조9,700억원으로 증가하며 세계 1위의 조선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종합중공업그룹으로서의 면모도 갖추며 그룹의 매출액은 2009년 32조6,000억원에서 2012년 63조3,00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이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 없이 중국 등 경쟁업체의 도전에 수익성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 회장은 "그룹 매출은 정체 상태에 있고,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룹 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경기가 불황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조선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7년 이후 반등하나 싶었지만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3년간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이전보다 악화됐고, 주가도 2011년 4월 55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현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태양광 사업은 실적부진이 계속되자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했고, 새로운 먹거리로 도전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참여했지만 매각이 연기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우선 조선, 해양, 플랜트 등 조선분야에서는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핵심 기술력을 확보해 로열티 지불을 줄이고 이익률을 증대할 계획이다. 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비조선분야는 연말에 선임한 김정래 사장을 통해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략통'으로 불리는 김정래 사장의 역할이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신사업본부를 출범하는 등 정제사업에 편중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더할 예정이고,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자체 경쟁력을 쌓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위기일수록 새롭게 도전하는 자세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을 쌓는데 올 한해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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