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수 인하 유도 방침을 밝힌 이후 자산운용사들간에 보수 인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업계 최저수준으로 보수를 내리자 다른 운용사들도 내부적으로 인하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운용은 18일 KINDEX레버리지의 보수율을 연 0.70%에서 0.30%로 내리는 등 총 8개 ETF의 보수를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업계 최저 수준이다.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레버리지ETF는 KINDEX레버리지를 포함해 총 4개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레버리지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레버리지가 각각 0.79%, 0.70%의 보수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KB자산운용의 KStar레버리지는 0.67%다.
한국운용은 또 ‘KINDEX 200’, ‘KINDEX 인버스’, ‘KINDEX 삼성그룹’ 등 7개 ETF의 총 보수를 0.3%~0.4% 수준에서 0.15%로 내렸다. 보수인하는 이날부터 시행된다.
이번 ETF 보수인하는 ETF에 대한 투자수요 창출과 퇴직연금 등 장기투자 시장의 확대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게 한국운용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3,400억원에 불과했던 ETF 순자산은 최근 13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원하는 때에 주식처럼 HTS를 통해 사고 팔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투자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정찬형 한국운용 사장은 "ETF출시 초기에는 인력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했지만 이후 10년 동안 ETF 시장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에 이제는 보수율을 낮출 때가 됐다"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운용의 파격적인 보수 인하에 대응해 다른 운용사들도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당장 보수 인하 카드를 제시한 곳은 없지만 일부 운용사는 내부적으로 인하 여부와 대상, 인하 폭 등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우리자산운용은 현재 0.83%인 KOSEF인버스 보수를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내 인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자산운용도 최근 상장한 7개 섹터ETF(보수율 0.23%)를 제외한 나머지(2010~2011년 상장) ETF에 대한 보수인하를 검토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규모의 경제 달성 시 레버리지ㆍ인버스ETF의 보수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TIGER레버리지ㆍ인버스(0.70%)는 '재간접-파생'에서 '주식-파생'형으로 유형을 바꿔 재간접펀드가 갖는 이중보수 문제를 완화한 만큼 당장 추가 인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수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고 거래소에서도 인하 계획 수요 조사를 한 만큼 앞으로 후발주자들을 중심으로 보수인하 계획이 잇달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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