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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호텔업계가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사업권 확보를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그간 침묵을 지켜온 신세계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면세점을 호텔 내 사업부로 두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면세사업 전문 별도 법인을 설립, 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 면세점의 지향점도 지역 경제 및 중소기업과 동반 및 상생으로 설정해 면세사업이 대기업 중심이란 비판을 불식시켜 사업권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그룹은 21일 면세점 별도법인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하고 면세사업 투자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신세계디에프는 백화점 사업을 운영하는 ㈜신세계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법인 대표는 그룹 내에서 면세 사업 부문에 가장 정통한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대표가 맡는다. 시내 면세점 후보지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비롯한 강남 지역이 우선 순위로 꼽힌다.
신세계의 반격은 현대백화점이 강남 삼성역-코엑스권역 출점을 예고하고 호텔신라와 현대아이파크몰이 연합해 용산에 최대규모 면세점을 신설하겠다고 밝히는 등 오는 6월 입찰 마감을 앞두고 경쟁업체들의 청사진 제시가 잇따랐던 것과 비교하면 한발 늦은 움직임이다. 하지만 별도 법인 설립에 따라 의사결정이 신속해지는 한편 올초 그룹 차원의 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인 3조3,500억원으로 발표했던 만큼 면세 사업에 대한 재무적 지원도 전폭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성장 잠재성이 큰 면세사업을 글로벌 기업처럼 전문화해 향후 그룹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면세점 부문을 독립법인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실제로 글로벌 면세 시장 1~3위 사업자인 듀프리, DFS, LS트래블 등은 모두 전문기업 형태"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시내 면세점의 '색깔'도 분명히 드러냈다. 관광산업 수요 창출과 서비스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 및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면세점으로 운영한다는 것. 신세계 관계자는 "외국인 방문객이 쇼핑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프리미엄 문화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상품 판로를 열어주고 중소기업 혁신제품을 글로벌 명품으로 성장시키는 '명품 인큐베이팅 센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화점과 이마트, 프리미엄아웃렛 등 유통 부문과 패션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과 전략적으로 협업해 마케팅, 상품기획, 서비스 등에서 시너지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내 면세점을 따낼 경우 국내 면세사업 인프라를 확보하는 동시에 곧바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타진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2012년 12월 부산 신세계면세점, 2014년 4월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을 시작, 면세점 사업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어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에 도전, 1개 구역을 차지해 오는 9월 인천공항에 첫 입성한다. 남은 목표는 1차가 서울 시내 진출, 2차는 글로벌 진출이다.
한편 시내 3곳 신규 면세점 중 2곳은 대기업에, 1곳은 중소기업에 돌아간다. 대기업 참여가 가능한 시내 면세점 특허권 선정은 15년 만으로 관세청은 6월 1일까지 신청을 받아 7월 중 사업자를 선정한다. 입찰 참여를 선언한 곳은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호텔신라-현대아파크몰, SK네트웍스, 갤러리아, 그리고 면세 사업에 처음 도전하는 현대백화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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