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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불황의 경제학

"비싸고 럭셔리 하거나 싸지만 실용적 이거나"

고가 냉장고·수입차 불티 속 실속형 1인 제품도 잘팔려

가전·車 소비 양극화 뚜렷


지난해 12월 유럽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는 한국 시장에 800만원대의 냉장·냉동고 제품을 출시했다. 냉장고(398만원)와 냉동고(428만원)를 따로 구매할 수도 있고 두 제품을 연결해 양문형 타입으로도 쓸 수 있는 이 제품은 당시 국내 브랜드가 판매 중인 프리미엄 냉장고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화제가 됐다. 과연 냉장고 하나를 800만원이나 주고 살 사람이 있을까 싶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고객들의 구매가 줄을 이으면서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려나가자 한국지사는 독일 본사에 초도물량의 3배를 항공편으로 보내달라고 긴급 요청했다. 주문이 밀리자 오래 기다릴 바에는 차라리 전시장에 설치된 제품이라도 구입하겠다는 고객까지 있을 정도였다.

올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다퉈 600만~700만원에 달하는 고가 프리미엄 냉장고를 내놓을 때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몇 대나 팔리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양사의 프리미엄 냉장고는 출시 한 달 만에 나란히 판매대수가 1,000대를 넘어섰다. 매년 판매기록을 경신해온 수입차 시장에서도 올 1~4월 한 대당 1억5,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차량 판매가 지난해의 2배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갈수록 얇아지면서 내수침체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손길은 점점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소득이 줄어도 그에 비례해 소비가 줄지 않는 '소비의 톱니효과'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최근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가치지향적 소비행태가 두드러지면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품에 대한 지출을 제일 마지막에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점도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랜 불황에 정서적으로 불안해진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보다 스스로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충동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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