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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재경부] <하> 경제권력 분산 허와 실

당·청·재경부·각종 위원회… 너도 나도"경제 뱃사공"<br>수평적 리더십에 밀려 정책총괄·조정기능 실종<br>부총리들 정치권과 갈등꺼려 위상저하 자초도<br>전문가 "버냉키 와도 힘못써"…시스템정비 시급


한덕수 부총리의 공식 직함은 재정경제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다. 재경부가 우리나라 경제 사령탑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것이 직함에도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곳은 어딜까. 이에 대해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 조직표상으로는 재경부가 그 일을 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청와대, 재경부, 각종 위원회, 여당, 힘 있는 부처 등이 다 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참여정부의 수평적 리더십에 따른 권력분산과 반모피아 정서가 깊게 깔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물론 권력독점을 견제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경제권력 분산을 위해 만든 기구가 위상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당은 경제정책을 검토ㆍ견제하고 위원회는 조언하는 것이 옳다”며 “하지만 현재는 너도 나도 경제정책을 주도하려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총리의 파워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으나 이런 조직구조하에서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 와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실제 참여정부 이후 김진표ㆍ이헌재 등 쟁쟁한 인물이 부총리를 거쳐갔으나 하나같이 당ㆍ청와대와 갈등을 표출했던 것도 이 같은 시스템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하에서 참여정부 경제부총리들은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슈를 만들지 않았고 한편에서는 코드를 맞추는 등 스스로 위상을 격하시켜왔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학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한국의 경제부총리를 맡아도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경제 리더십을 위해서는 수평적 리더십을 위해 만든 기구들의 위상과 권한,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는 등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모피아와 재경부를 동일시하는 시각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모피아는 공무원 엘리트주의의 한 단면으로 없애야 될 현상이나 재경부가 리더십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것하고는 별개라는 것이다. 모피아는 재경부 조직원들의 순혈주의,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이지만 이를 경제정책 수립 및 조정을 맡고 있는 재경부와 동일선상에서 놓고 보지 말라는 설명이다. 흔들리는 경제 리더십은 참여정부 이후 줄곧 제기돼왔고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은 이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모피아의 몰락이 아니다. 경제정책 총괄 및 조정기능 상실이 그것이다. “재경부 조직원들의 반성 없이 현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한국경제는 수많은 경제 사공들의 화려한 수사가 난무할 것이다.” 한 경제 전문가의 고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경부라는 조직이 필요하고 유지해야 된다면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힘 실어주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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