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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출범 100일] 지표로 본 경제

츨범 100일을 맞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그리 신통치 않다. 오히려 `초라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다. 물론 불과 석달 열흘을 지난 시점에서 경제를 평가한다는 게 무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표로 본 경제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경제지표 최악= 최근 경제지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외환위기(IMF) 이후 최악`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 당초 4%대로 전망되던 1ㆍ4분기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은 3.7%로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감안해 나중에 내놓은 수정 전망치(3.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 분기에서 비해서도 0.4%나 추락했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의 제로 성장에 해당된다. 우리 경제의 실제 실력(구매력)을 말해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이미 마이너스로 반전한 상태다. 2ㆍ4분기의 전망은 더 어둡다.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영향으로 중국 등 동남아 국가에 대한 수출 위축이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률이 1~2%대로 떨어질 수 있다"며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고용 사정도 좋지 않다. 노 정권 출범 이후 실업률은 3개월 연속 3%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계절조정치를 감안한 실업률은 내용이 더 나쁘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이미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내수위축은 더욱 심각하다. 백화점의 매출 감소에 이어 할인점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줄어드는 등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전이냐 추락이냐 기로= 추락 일변도의 경제 지표가 노 정권 출범 이후의 성적표임에는 분명하지만 책임이 노 정권에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과 소비 감소, 카드채 문제 등을 안고 있었다. 게다가 이라크 전쟁 등 우리가 내부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도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노무현 경제팀의 조타술에 따라 한국경제호의 항로와 속도가 결정되고 책임도 귀속된다. 비로소 지금부터의 정책 성패가 성적으로 직결된다는 얘기다. 상황은 좋지 않은 편이다. 숙제가 너무 많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고용을 확대하며 물가를 잡아야 하는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고 금융권을 맴도는 부동자금 400조원을 생산자금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이 같은 과제를 풀기 위해서다. 금융과 재정이라는 경제운용의 양대 축을 한꺼번에 동원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케이스다. 일종의 배수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부는 추경편성과 동시에 자금의 선순환 유도대책과 교육 환경 개선 등의 종합적인 경기진작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여기에는 시중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는 증시활성화 대책과 교육제도 개선까지 포함하는 총괄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각종 대책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해 추경예산의 효과가 본격화할 3ㆍ4분기이후에는 뚜렷한 안정기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가 전개될 경우 우리 경제는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전이냐 추락이냐의 기로에 선 셈이다. ◇정책 일관성, 조직 효율화 시급= 수출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정책의 내용보다도 정책의 방향성`이라고 강조한다. 부양책보다도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이 전제될 때만 기업의 투자와 생산활동이 가능하다는 주문이다. 하지만 노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경제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됐는지, 의견수렴과 정책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조흥은행 매각과 철도ㆍ화물노조 파업에 대한 대처, 대형 국책사업의 변경 등을 볼 때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경제부처와 대통령의 참모조직간 의사소통과 정책결정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경제는 심리이며 심리의 근간은 신뢰`라는 명제가 최근 강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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