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난 가운데 정부가 가을 물가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여름철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각종 공산품ㆍ서비스 가격 악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4%대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7월 1.5%까지 하락했지만 가을철 악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물가안정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초긴장하고 있다.
당장 이번주부터는 학교들이 문을 열 예정이어서 학용품 수요가 대거 몰리게 된다.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 참고서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7월 현재 각각 2.73%, 2.83%를 기록해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 1.5%를 크게 상회한 상태다. 문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재 원자재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학용품 가격도 다소나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그나마도 물가안정에 협조하기 위해 인상폭을 최대한 자제해왔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출이 좋지 않아 얼마나 더 협조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마트 등은 개학특수를 노리기 위해 당분간 문구류에 대해 기획 할인행사를 하겠지만 행사 후에는 값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학원비 역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꿈틀댈 기세다. 보육비의 경우 정부의 0~2세와 5세 무상보육 실시로 가격 불안이 해소됐지만 무상보육 예산을 감당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는 9~10월 줄줄이 무상보육 중단을 선언할 수 있어 악재로 꼽힌다.
농산물 가격도 일부 신선식품 등을 중심으로 벌써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수박 한 통의 가격은 지난 7월10일 1만3,978원이었으나 이달 10일에는 2만5,678원으로 두 배에 육박했다. 오이는 10개 묶음 기준으로 같은 기간 중 값이 31.6% 상승(4,590원→6,041원)했다. 깻잎은 200g단위 기준으로 15.6% 상승(2,322원→2,685원)했으며 마늘 값도 1㎏당 3.9% 인상(7,044원→7,318원)됐다.
이런 가운데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가격 불안이 점쳐지는데다 가을 태풍이 다가와 농작물 공급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 미국발 곡물가격 인상으로 세계적인 에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식탁물가에 악재로 꼽힌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추석물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가격 불안이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품에 대한 할당관세를 내리고 비축한 물량을 시장에 풀어놓는 방법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엽채류는 작물의 특성상 국내 공급이 부족하면 수입도 마땅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며 "유통업자들이 추석을 앞두고 가격인상에 편승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ㆍ기관 등을 통해 철저히 지도,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추석을 앞두고 대대적인 물가 관리를 벌였다. 그 결과 여름 4%대의 고공행진을 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10월 들어 3%대로 잠시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다시 11월에 들어 4%대 물가 상승률이 재연되기도 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전체적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대로 떨어졌지만 이른바 'MB물가'로 지칭되는 생활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식탁물가 불안이 9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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