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ㆍ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다시 100엔을 넘어서면서 자동차주의 주가흐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관련주의 주가는 최근 '버냉키 쇼크'로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급락했을 때도 실적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동반하락하지 않고 꿋꿋이 버텼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인 엔저 악재가 다시 부각되면서 그동안의 견고한 주가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엔ㆍ달러 움직임에 따라 어느 정도 변수는 있지만 그동안 자동차업계가 엔저현상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온데다 상반기 실적 역시 탄탄할 것으로 보여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4일 엔ㆍ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100엔을 다시 돌파했지만 현대차(-0.23%), 기아차(-1.36%), 현대모비스(-1.15%) 등 주요 자동차 종목의 주가는 전일 대비 약보합세에 그쳤다.
지난 5월10일 엔ㆍ달러 환율이 올 들어 처음으로 100엔을 돌파했을 때 현대차(-2.33%)를 비롯해 기아차(-3.34%), 현대모비스(-1.92%) 등 자동차 관련주 주가가 급락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똑같은 현상에 대해 시장 반응이 다른 것은 엔저현상이 국내 자동차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시장참여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당시와 달라진 대내외 상황에 주목하며 오히려 지금은 저가매수 기회라는 입장이다. 우선 지난 5월에는 '아베 노믹스'가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최근 일본 주가가 급락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자 시장의 걱정도 줄었다는 것이다. 또 당시 엔ㆍ달러 환율이 103엔대까지 올랐던 경험이 있어 현재 수준의 환율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엔ㆍ달러 환율이 하반기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맞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본다"며 "상반기 경험치를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올라가지만 않는다면 주가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은영 동부증권 연구원도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수 부진, 픽업트럭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의 미국 수요 증가 등으로 일본 자동차 '빅3'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엔화 약세가 진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현대ㆍ기아차의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는 지난해보다 7.1% 늘어났기 때문에 엔ㆍ달러 100엔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2ㆍ4분기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돼 있다. 지난 5월에는 주말특근 거부에 따른 생산량 감소 여파가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이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수출 실적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월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수 판매는 다소 부진했지만 수출은 각각 11.1%, 4.8% 증가했다.
안상준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2ㆍ4분기에 계절적 성수기, 해외 공장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높은 기저효과에 따라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하반기로 갈수록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ㆍ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대수가 늘어나고 있어 글로벌 실적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 파업 등의 이슈만 없다면 현재 주가 대비 15~20% 정도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도 엔ㆍ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어쩔 수 없이 주가흐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으로 달러매수 및 엔화매도 추세에 탄력이 붙어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엔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문제가 상반기처럼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외국인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선 것은 긍정적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심리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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