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는 유난히 짧아 골퍼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세배를 마치자 마자 서둘러 골프장을 찾는 극성 골퍼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은 가는 시간을 안타까워 하며 일상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이렇게 골프 치는 맛을 느끼기 어려운 설 연휴, 그러나 보는 재미는 만끽할 수 있다. 미국에서 남녀 골프대회가 잇따라 펼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LPGA투어는 오랜 겨울 잠에서 깨어나 이번 주 드디어 시즌을 연다. 무려 49명의 대 군단을 이루게 된 한국 선수들이 저마다 '제 우승컵으로 세배 받으세요'를 외치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PGA무대에서는 세계랭킹 10위내 선수 중 8명이 참가하는 닛산오픈이 진행돼 샷 감상하는 즐거움을 톡톡히 줄 것으로 예상된다. ◇ LPGA투어 SBS오픈 미국LPGA투어 개막전인 SBS오픈(총상금 110만달러)은 16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사흘동안 하와이 오하우의 테틀베이리조트(파72ㆍ6,578야드)에서 펼쳐진다. 국내 기업인 SBS 미디어넷이 주최하고 지난해 김주미 우승, 문수영 준우승의 성적을 냈던 경기라 하와이에서 펼쳐져도 '한국 분위기'가 물씬하다. 138명의 출전자 중 26.8%인 37명이 한국 핏줄이다. 김 씨가 9명, 이 씨 5명, 박 씨는 4명이다. 장거리 여행의 부담을 줄이려 본토 대회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던 박세리(30ㆍCJ)가 4명의 박 씨 중 한 명. 그는 8년 만에 이 대회에 참가한다. 풀 시드를 가진 선수 중 박지은, 안시현 정도만 빠질 뿐 거의 대부분 출사표를 던졌다. 때문에 전문가들도 누구를 우승후보로 꼽아야 할지 망설일 정도. 올 시즌 데뷔하는 루키들도 만만치 않다. 퓨처스 투어 상금왕 출신인 김송희(18ㆍ휠라코리아)와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김인경(18)은 첫 대회부터 '큰 일'을 치를 수도 있는 선수들이다. 초반부터 신인왕 후보들의 격돌이 볼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국내 팬들로서는 한국 랭킹 1위로 초청 출전하는 신지애(19ㆍ하이마트)에게도 눈길이 간다. 호주여자오픈과 ANZ마스터스에서 워밍업을 한 신지애는 ANZ 마스터스 준우승의 기세를 몰아 '더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제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만한 선수들로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연장패했던 상금왕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최근 호주에서 2주 연승한 캐리 웹(호주), 미국 선수인 폴라 크리머와 파라과이의 훌리에타 그라나다 등이 꼽힌다. SBS 골프채널이 16일부터 설날인 18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생중계한다. 한편 미국LPGA투어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비공식 3개(이미 치러진 월드컵 제외)를 포함해 총 35개 경기가 이어지며 총상금 규모는 5,400만여 달러에 달할 예정이다. ◇ PGA투어 닛산오픈 닛산오픈(총상금 520만달러)은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리비에라 골프장(파71ㆍ7,260야드)에서 펼쳐진다. 초반 2개 대회 연속 톱10의 기세를 올렸다가 이후 1개 대회 컷 탈락에 지난 주 AT&T페블비치 챔피언십 공동 65위에 그친 최경주(37ㆍ나이키 골프)가 재미교포 '유망주'인 앤서니 김(22ㆍ나이키골프), 나상욱(23) 등 어린 후배들과 함께 명예회복에 나선다. 절치 부심한 최경주는 다시 상위권 성적을 내 '완도에 계신 부모님께 세배 못하는 불효를 씻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회 코스가 길고 까다롭지만 2001년부터 6년 동안 출전하면서 한번도 컷 탈락한 적이 없으며 2003년에는 공동 5위까지 올랐던 터라 자신감이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경쟁 상대들이 만만치 않아 우승까지 넘보기는 힘겨울 듯 하다. 지난 주 우승의 여세가 남아 있는 필 미켈슨(미국)부터 애덤 스콧(호주), 어니 엘스와 리티프 구센(이상 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등 세계랭킹 10위내 선수 8명이 참가한다. 타이거 우즈(1위)와 헨릭 스텐손(9위)만 빠졌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세계랭킹 50위내 선수 중 36명이 출전하는 '빅 타이틀'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이 대회는 SBS골프채널이 1~3라운드는 16~18일까지 오전 5시부터, 최종라운드는 19일 오전 5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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