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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본 한국경제] (2) 신용불량ㆍ청년실업자 양산
입력2003-12-22 00:00:00
수정
2003.12.22 00:00:00
성화용 기자
카드빚에 몰려 신용불량자가 된 철없는 스물 네 살의 실업자 아버지가 어린 남매를 차디 찬 한강에 던졌다. 파탄상태에 이른 2003년 서민경제가 그려낸 비극적인 자화상이다. 생활고에 시달린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거나 동반자살한 사건은 올 하반기 들어서만 12건, 아동 23명을 포함해 39명이 숨졌다.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윤리의식이 천륜을 거스른 범죄를 불러왔지만, 경기침체와 금융ㆍ복지정책의 실패, 이웃에 대한 무관심 등 정부와 사회공동체의 책임도 무시할 수는 없다.
8%의 청년실업률과 440조원의 가계부채, 360만명의 신용불량자로 요약되는 서민경제의 실상은 올해 내내 국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고, 내년으로 넘겨질 짐의 무게도 전혀 가벼워지지 않고 있다.
◇가계빛ㆍ신용불량 사상최대=올 해는 유난히 `사상 최대`의 지표들이 줄을 이었고, 부정적인 통계가 많아 고통스러운 경제의 실상이 숫자로 드러난 한 해였다. 그 중에서도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는 매월 최대치를 경신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9월말 현재 가계빚은 439조9,481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가구당 빚도 2,921만원으로 종전 최대치였던 3월말의 2,916만원을 훌쩍 넘었다. 빚이 늘어나면서 빚을 못갚는 사람도 함께 늘어나 올들어 신용불량자는 매월 평균 9만6,000명씩 늘었다. 지난 10월말 신용불량자는 359만6,168명. 경제활동인구 2,320만명을 기준으로 보면 6명중 1명꼴로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사실상 경제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불량자수는 불과 2년전인 2001년말 104만명에서 올 4월말 처음으로 300만명(308만6,018명)을 넘은 후 불과 6개월만에 51만명이 늘어났고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이면서 `카드 돌려막기`로 근근히 버텨온 사람들이 무더기로 신용불량에 몰리면서 내년 1ㆍ4분기에는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신용불량자가 급증하자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출범해 `개인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하고 자산관리공사와 은행들이 자체적인 신용갱생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채무자의 `도적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논란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고학력ㆍ청년실업자 급증=경기부진이 이어지고 기업들의 신규채용이 급격히 줄면서 실업자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고학력 젊은이들의 실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 청년실업률은 8.0%, 청년실업자수는 39만4,000명으로 전체 실업자 79만2,000명의 절반을 넘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3년도 대학 졸업생들의 학과별 취업률 은 5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등 각종 자격시험을 준비중인 자발적 실업자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경영학과나 경제학과 등 경상계열의 취업률이 60%미만이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청년실업의 근본원인은 취직의 문이 좁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채용 행태가 달라져 대다수 기업들이 경력직과 임시직 위주로 직원을 뽑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생산시설이 해외로 옮겨가 젊은이들이 취직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학력 인플레와 왜곡된 직장관이 겹쳐 중소기업과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풍조 또한 청년실업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적된다. 그러다 보니 `휴학`은 기본이고 졸업장을 스스로 반납한 채 학교에 남으려 하는 게 요즘 대학가의 우울한 풍속도가 됐다. 실업률은 경기가 다소 호전되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신용불량자 문제와 함께 경제의 큰 짐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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