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재력가인 A씨는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사모로 삼성그룹주 주식형 펀드를 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한동안 재미를 보던 롱쇼트펀드에서 기대한 만큼 수익률이 나오지 않아 갈아탈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끝물이라고 판단한 그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주식형 펀드 투자에 나섰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강남 재력가들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를 사들이는 역발상 투자가 시작됐다. 인기를 구가하던 롱쇼트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가 수익률 행진을 멈추자 발 빠른 스마트머니가 국내 주식형 펀드로 돌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발 앞서 돈 냄새를 맡는 스마트머니의 방향 전환이 감지되고 있다며 일반투자자들도 자기 펀드를 한번 점검해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SNI 강남파이낸스센터지점의 조인호 PB팀장은 "롱쇼트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아직도 증가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4·4분기 이후 고객들의 수익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롱쇼트 플레이에 지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사모로 설정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강남 지역 다른 PB들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문의가 전에 없이 활발하다"며 "강남 재력가들이 코스피의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재력가들의 투자 바로미터는 외국인의 움직임이다. 외국인 움직임에 따라 국내 주가를 예측하고 이들을 따라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다시 들어온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어 이들의 투자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외국인은 14일 다소 주춤했지만 연일 국내 주식에 대해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펀드 환매도 누그러지는 추세라며 국내 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보여야 할 때라고 내다봤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제는 나올 만큼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환매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걸 보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배 연구원은 또 "지수 부담이 존재하지만 선제적으로 주식형 펀드 투자에 나설 만한 때"라며 "성장주에 대한 의심이 크다면 배당성향이 강한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비중을 늘려도 좋다"고 제안했다.
자산운용사들도 이런 시장 분위기를 감지해 삼성그룹주·자동차주 등 대형 우량주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한 운용사의 고객상담용 투자지침서는 삼성그룹주를 추천한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정보기술(IT)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애플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경기회복시 삼성그룹주에 포함된 화학·조선·건설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의 이익개선도 기대된다.
자동차도 외국인들의 관심이 많은 업종이라 펀드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의 국내 자동차 비중이 높지 않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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