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怪자금
입력2004-02-10 00:00:00
수정
2004.02.10 00:00:00
요즘 한국사회에 사는 사람들 중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하는 꿈이 있다. 그 첫번째가 매주 대박을 꿈꾸며 로또복권을 사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자기 계좌에 뜻하지 않은 거금이 들어와 있었으면 하는 꿈이다. 매일 언론에 등장하는 그 많은 뭉칫돈들이 내 계좌에도 한번 들어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다.
이러한 서민들의 꿈을 대변(?)해주듯 최근 우리 사회에 가장 많이 떠도는 소문 중의 하나가 바로 괴(怪)자금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돈이다. 즉 분명 무엇인가 구린 구석이 있는 돈이다. 괴자금은 언제부터인가 선거 때만 되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왔기 때문에 충분히 선거와 연관돼 있을 것이다. 괴자금은 반드시 정치권력과 그 맥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불거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의 괴자금은 과거 군사정권의 부산물이다. 대통령이 재임 중에 모집한 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자금, 그리고 15년 정도가 흐른 뒤 그의 아들 계좌에서 드러난 170억원대의 뭉칫돈, 이와 관련된 미모의 여자 탤런트, 여기에 동생인 경환씨도 100억원대의 또 다른 자금을 갖고 있다는 소문 등등.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 소재로도 훌륭한 구성이다.
지난해부터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거의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면 더하다”고 아우성칠 정도다. 실제 청년실업률이 30%에 육박하고 카드대란 등의 영향으로 내수는 잔뜩 움츠러들어 회복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정치자금을 개인 재산으로 축적한 전두환ㆍ노태우 정권 시대의 호황국면과 비교해보면 `천당과 지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괴자금 파문은 서민들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그들은 과거 군사정권에 대한 단죄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총칼로 획득한 권력을 무기로 끌어 모은 비자금이 자자손손 물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누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현대사에는 한번도 과거의 권력형 비리를 확실하게 단죄한 적이 없다. 이번 괴자금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 부정하게 축적한 자금은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더 이상 사유재산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2004년 현재를 살고 있는 서민들이 상대적으로나마 `보상심리`를 느낄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의 괴자금 문제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을 두번 죽이는 일`인 것이다.
<강창현 <산업부 차장>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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