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이름이 비슷한 탓에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것이 유사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두 나라는 같은 시기에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하지만 15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모습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따라서 정교한 현지화 전략은 필수다. 카자흐스탄에서 통했다고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쉽다. 그래서 국내 은행들은 토착화 전략을 통해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금융시장을 공략 중이다. 그래야 중동에 버금가는 에너지 공급원으로 부상 중인 카자흐ㆍ우즈벡ㆍ아제르바이잔 등 CIS 국가에서 금융금맥을 캘 수 있기 때문이다. ◇우즈벡과 카자흐, 가깝고도 먼 두 나라=우즈벡과 카자흐는 공통점이 많다. 지난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했고 한 명의 대통령이 20년 가까이 장기집권 중이다. 러시아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석유ㆍ가스 등 부존자원도 풍부하다. 우즈벡의 밤거리는 칠흑 같다. 암울한 경제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매년 4~7% 성장했다고 발표하지만 물가상승률은 그보다 더 높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2년 380달러에서 2006년 492달러로 30% 늘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통화(솜화)는 1달러당 970솜에서 1,255솜으로 29% 평가절하됐다. 반면 카자흐는 다르다. 입국 수속부터가 선진국 수준이다. 적극적인 경제개방과 개혁정책에 힘입어 생동감이 넘친다. 쇼핑몰은 늘 밀려드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카자흐는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CIS 국가 가운데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투자규모는 2001년 27억달러에서 2007년 68억달러로 늘었고 경제는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독립 이전에는 우즈벡이 러시아ㆍ우크라이나와 함께 CIS의 빅3 경제권을 형성했고 카자흐는 가장 못사는 국가였다. 하지만 독립 후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해 상황은 역전됐다. ◇우즈KDB은행, 우즈벡 최대의 외자은행으로 성장=우즈벡의 경제상황은 그리 좋지 않지만 산업은행이 우즈벡에 설립한 ‘우즈벡KDB은행’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김장진 우즈KDB은행장은 “1년에 걸친 작업 끝에 자본금을 1,227만달러로 늘려 우즈벡에서 자본금이 가장 큰 외자은행이 됐다”며 “중앙아시아에서 영업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계 은행으로서 우즈벡에서 축적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즈벡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은행은 물론 기업들의 영업환경도 열악하다. 중앙은행이 임의로 은행의 예치금을 빼가고 기업은 환전을 받기 위해 3~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국민들도 정부와 은행을 믿지 못해 월급을 달러로 바꿔 집에 보관할 정도다. 외국인도 외환신고가 의무다. 출국 때 더 많은 미국 달러를 신고하면 외화 밀반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다. 산업은행은 이런 상황에서도 2006년 5월 우즈대우은행 지분을 넘겨받아 우즈KDB은행을 출범시킨 후 건전성ㆍ수익성ㆍ성장성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연체율 0%대의 클린뱅크를 유지하면서 2005년 5,158만달러였던 총자산을 2007년 7,378만달러로 43%, 순익은 190만달러에서 325만달러로 70% 이상 늘렸다. 김 행장은 “은행 간 경쟁으로 예대마진이 줄었지만 외국 합작기업과 현지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자산 확대전략을 통해 건전성과 수익성 모두 개선됐다”며 “현지 공기업의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건전하고 안정적인 수익자산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즈KDB은행은 105명의 임직원 중 한국인은 3명에 불과할 정도로 철저하게 현지화를 실천하고 있다. 신용카드 시장도 개척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정부의 외환규제로 카드사용이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카드사용 활성화에 대비해 비자카드 업무를 시작했다. 김 행장은 “앞으로 현지통화로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수수료 수입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우즈벡의 금융산업이 낙후돼 있지만 점진적인 시장개방과 성장잠재력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 전망은 밝다”고 낙관했다. ◇국내 은행, 카자흐 진출 서두른다=카자흐에서 가장 큰 카즈코메르츠은행은 2006년 한해 동안 자산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 속에서도 3ㆍ4분기까지 자산을 30%, 순익을 50%나 늘리는 고속성장을 일궈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체 은행의 총 자산은 698억달러로 35%, 총 대출은 716억달러로 60% 늘었다. 2006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아주 높은 성장세다. 카자흐 경제와 금융산업은 오일머니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씨티그룹ㆍHSBCㆍABN-암로 등 23곳의 외국계 은행이 카자흐에 사무소를 설치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가 카자흐 3위 은행인 ATF를 23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은행들도 카자흐 금융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6월 알마티에 사무소를 설치했고 신한은행은 2004년부터 지역전문가를 파견한 후 현재 현지법인 설립작업을 추진 중이다. 산업은행도 1인 주재원을 통해 시장상황을 살피는 중이고 우리은행은 진출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노용훈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부 CIS지역 팀장은 “해외라고 다 같은 해외가 아니다”며 “지역별 다양성을 인정하고 특성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