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현재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한 관계자는 8일 "각각 그룹의 모태이자 지주사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모두 인수하겠다는 기본 방침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박 회장은 청구권 행사 3개월 뒤인 오는 6월8일까지 IBK펀드가 제시한 매각가를 완납해야 한다. IBK펀드는 지난 2월24일 박 회장 측에 4,000억원대 후반의 가격을 최종 매각가로 제시했다.
문제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전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박 회장이 이 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예상가격을 모두 더하면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고속 인수를 최대한 뒤로 미루는 지연전을 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구권을 행사하면 일단 석 달의 시간을 버는 만큼 이를 활용해 IBK펀드와 물밑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박 회장 입장에서는 6월 초까지 IBK펀드에 매입대금을 내지 못하더라도 이후 진행될 공개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유리하다.
자금 확보 측면에서도 금호고속 인수는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게 낫다. 금호산업의 손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은 2013년 신세계에 광주광역시 건물과 부지를 장기임대하며 보증금으로 5,000억원을 받아 이 중 2,000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금호산업을 최종 인수할 경우 이 돈을 빼 금호터미널 인수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돈을 금호산업 인수에 쓰면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지지만 금호터미널 인수에 쓰는 데는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과 IBK펀드가 금호터미널 경영 과정에서 사사건건 감정싸움을 벌여왔는데 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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