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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의 남성학] 광해군 비방

낙태부적 만들어 후궁에 나눠줘

우리나라에서 자식을 많이 낳은 기록의 보유자는 단연 흥부를 빼 놓을 수 없다. 입에 풀칠 하기도 힘겨웠던 시절 흥부는 여흥을 즐길 여유가 없었던 터라 자식만 스물 넷을 두었는데 입힐 옷이 없어 멍석에다 구멍을 뚫어 목만 꿰어 놓았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화장실에 가려면 나머지 스물 세 명이 줄줄이 따라가야 했다. 한명이 화장실에 갈 경우 옷이 없어 나머지가 모두 따라가야 할 정도였다면 그들의 인생살이는 알만한 정도다. 흥부전의 이본(異本)인 ‘박타령’에 보면 흥부 부부 역시 나름대로 가족계획을 세워 애를 뗀다고 누에를 집어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민간요법 중의 하나. 누에 뿐만 아니라 낙태에 대한 민간요법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메밀도 낙태 약으로 쓰였다. 그러나 가장 널리 퍼지고 알려진 낙태처방 중의 하나는 ‘광해군 비방’이라 하는 부적이다. 즉위 후 수많은 후궁을 거느리며 왕자를 두고 싶어했던 광해군은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비단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하늘에서 내려온 대관이 ‘한 아들도 보전하지 못할 텐데 어찌 많은 아이를 원하느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잠에서 깬 광해군이 느낀 바가 있어 술사(術士)에게 낙태 부적을 만들게 하여 후궁들에게 나누어 준 데서 비롯된 것이 바로 광해군 비방이다. 재미있는 일은 그 값이 무척 비싸 나락 열 섬에 해당되었다는 것이다. 콘돔의 개발을 비롯하여 다양한 피임법이 일반화된 오늘날의 시각으로 본다면 흥부 이야기나 광해군 낙태처방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헤프닝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최근 수시로 발표되고 있는 연구논문에 따르면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불임의 주된 원인이 흡연이다. 담배를 피우면 정자 수가 줄어들거나 그 기능이 약화돼 남성불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실험결과는 흡연자의 불임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무려 6배나 높았다. 연구결과가 아니라도 니코틴 성분은 음경 해체면의 활동을 둔화 시켜 발기력 저하를 초래한다. 담배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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