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매각협상이 결렬됐던 영국의 다나페트롤리엄사를 18억7,000만파운드(약 3조4,000억원)에 공개 인수한다. 다나사 이사회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됐지만 주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석유공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성공하게 된다. 공사 측은 주주들이 합리적이 가격이라고 판단하고 이미 다수의 주주로부터 동의를 받아놓은 상황이어서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석유공사는 20일 오후3시(한국시간) 런던 주식시장에 다나페트롤리엄사 주식을 주당 18파운드(약 3만3,100원)에 공개 인수하는 것을 제안하는 발표문을 공시했다. 이 가격은 다나사의 지난 19일 종가 16.95파운드보다 1파운드가량 높은 금액이다. 주당 18파운드에 다나사 보통주와 전환사채를 100% 인수할 경우 약 18억7,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3조4,388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석유공사는 이날부터 28일 이내에 주주들에게 제안문서를 보내고 동의서를 받는 절차를 거친다. 석유공사가 전체 주주의 50%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을 경우 인수작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공개인수 제안은 자동 무효가 된다. 이에 따라 공개인수 성공 여부는 두세 달 내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공사 측은 "주주들이 제안가격을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며 "이미 상당수 주주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6월 다나사를 15억파운드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사회가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무산돼 주주들을 대상으로 직접 공개인수에 나서게 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석유공사가 다나사의 지분 25%를 보유한 헤지펀드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는 다나사의 지분 13%를 보유한 영국의 자산운용그룹 슈로더가 톰 그로스 다나 CEO에게 "석유공사와의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하는 등 다나사 주주들은 석유공사의 인수를 원하는 상황이다.
다나사는 영국ㆍ노르웨이ㆍ네덜란드 등 북해와 이집트ㆍ모로코ㆍ세네갈ㆍ기니 등 아프리카 지역에 탐사ㆍ개발ㆍ생산광구를 보유한 영국 회사로 최근 인수한 페트로캐나다네덜란드까지 포함할 경우 매장량은 2억5,400만배럴, 하루 생산량은 약 5만배럴이 된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가 다나사를 인수할 경우 해외석유개발 사업의 거점이 미주와 옛 소련 지역 중심에서 북해ㆍ아프리카 등으로 넓어지게 된다. 또 자주개발률도 2%포인트가량 높아지며 오는 2012년까지 석유 생산량을 13만배럴에서 30만배럴로 두 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 달성에도 근접하게 된다.
한편 다나사는 석유공사가 지난해 10월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사와 비슷한 규모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사를 정유공장 등을 포함해 39억5,000만달러(약 4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