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브레인 수익률 1위
지난해 12월 16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11개의 상품을 무더기로 선보이면서 국내에서도 헤지펀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보통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한국형 헤지펀드의 출범은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펀드 설정액은 1년새 7배나 늘었으나 수익률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모두 12개 펀드 1,490억원 규모로 출발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달 29일 기준 설정액이 1조1,0001억원까지 늘었다. 출범 1년만에 덩치가 7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펀드별로는 ‘미래에셋스마트Q토털리턴1호종류C-F’가 2,126억원으로 설정액이 가장 많고 지난 9월 설정된 브레인의 ‘백두1호종류 C-S’는 불과 3개월 만에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토종 헤지펀드의 몸집은 커졌지만 수익률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다. 현재까지 설정된 19개의 펀드 가운데 63%인 12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별로 수익률 격차도 상당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브레인의 ‘백두1호 C-S’가 설정 이후 8.5%의 수익률로 1위에 올랐고 ‘삼성H클럽EquityHedge제1호Cs’(8.2%)와 ‘미래에셋스마트Q 토탈리턴1호종류C-F’(5.2%), ‘미래에셋스마트Q오퍼튜니티1호종류C-F’(5.1%), ‘삼성H클럽 멀티스트레티지제1호_Cs’(5.0%) 등이 뒤를 이었다. 1위를 기록한 브레인을 제외하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들이 나름대로 양호한 성적을 올린 셈이다.
반면 ‘KDB PIONEER롱숏뉴트럴제1호종류Cs’는 1년 수익률이 -11.7%로 19개 펀드 가운데 꼴찌를 했고 ‘신한BNPP명장 Asia ex-Japan주식롱숏제1호’(-9.5%), ‘한국투자펀더멘털롱숏1호종류 C-S’(-5.8%) 등은 부진했다. 한화운용과 KB운용, 동양운용, 교보운용의 헤지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률면에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일부 헤지펀드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운용하던 헤지펀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던 ‘이지스롱숏’펀드를 완전히 청산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펀드를 그대로 두고 전략을 수정해 새롭게 운용하려 했으나 차라리 펀드를 새로 만드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이달 안에 매크로 변수를 활용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자산배분전략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DB운용도 당분간 기존 펀드를 운용한다는 입장이지만 헤지펀드 전문가인 데이비드 전 대표가 직접 나서 역외펀드 형태로 헤지펀드를 설정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출범 1년을 맞아 한국형 헤지펀드가 아직은 불안한 항해를 하고 있지만 신규 플레이어들의 진입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헤지펀드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예비인가를 받은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의 스핀오프(분사) 운용사인 믿음자산운용과 대신자산운용은 각각 2개의 헤지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12월 금융당국의 본인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 이달 22일부터 종합자산운용사의 헤지펀드 진입요건 규정(수탁액 10조원)이 일몰되면서 일부 운용사들이 헤지펀드 시장 진입을 저울질 하고 있다. 공모형 롱숏펀드에 강점을 보여왔던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은 “아직 금융당국에 헤지펀드 관련 서류를 제출한 상황은 아니지만 내년 인가를 목표로 준비중”이라며 “펀드를 출시한다면 주식형 롱숏펀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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