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직접투자(FDI)는 역대 정권이 한결같이 핵심과제로 꺼낸 정책이다.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유도해야 선진기술 이전부터 고용 등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적표는 어떨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FDI 유치(신고 기준) 금액은 145억달러 수준. 지난 2008년(117억달러) 이후 5년여간 증가규모가 30억달러를 밑돈다. 물론 2012년에는 FDI가 160억달러를 넘어 반짝 상승세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는 일본 기업들의 투자감소 영향으로 다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통해 밝힌 FDI 유치 목표를 두고 비현실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규제완화 등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FDI를 25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최근의 흐름을 볼 때 3년 동안 100억달러를 유치하겠다는 게 실현 가능하냐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5년여간 FDI 통계를 보면 2012년까지 상승세를 타는 듯했던 FDI는 지난해 10% 넘게 줄어들었다.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 기업들의 투자가 급속히 축소된데다 미국의 투자도 살아나지 못한 탓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제조업 클러스터에 투자하는 주 고객이 일본과 미국 기업인데 엔저가 장기화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존 외투기업들의 재투자 역시 세계 경기의 새로운 사이클이 돌아올 때까지는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250억달러의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매년 30억달러 이상씩 FDI가 늘어나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기획재정부는 초기에 FDI의 목표를 300억달러로 세웠지만 주무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250억달러로 금액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주도면밀하게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보다는 그럴싸한 숫자 제시에 급급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정부는 이번에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를 풀어 FDI를 끌어올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FDI 목표가 너무 숫자놀음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물론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여부가 FDI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중 FTA가 타결될 경우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린 외투기업들이 한국에 대거 진출할 수 있고 한중 간 합작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 FTA와 한·유럽연합(EU) FTA 이후에도 FDI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못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장밋빛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정부가 FDI 목표치에 급급하기보다는 고용창출 등에 도움이 되는 '질 좋은 FDI'를 늘릴 비전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적으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우리 경제규모로 볼 때 250억달러라는 목표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보다 면밀한 비전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과감한 목표치를 물론 제시할 수 있겠지만 FDI 여건이 워낙 어려운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고용창출 등을 늘릴 수 있는 질 높은 FDI 활용전략 등을 비전으로 내놓는 것이 더 좋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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