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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정치인의 만추 감회/이상수 국회의원(로터리)
입력1996-11-18 00:00:00
수정
1996.11.18 00:00:00
이상수 기자
만추의 오후, 의원회관 창 너머로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바라보면서 문득 「춘녀는 사하고, 추사는 비하다」는 옛말을 생각해 본다.봄이되면 여자는 생각이 많아지고 가을에는 선비의 마음이 슬퍼진다는 뜻이다. 자신의 큰 뜻을 펴보지 못한 채 또 다시 한 해를 보내면서 느끼는 인생의 속절없는 무상성이 선비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일까.
4년간의 공백을 딛고 다시 국회로 들어와 지난 6개월간 바쁜 나날을 보내고서도 가슴속에 남는 허전함은 메울 길이 없다.
흔히 정치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실천을 추진하는 힘은 권력욕인데, 그 권력욕이 높은 뜻과 깊은 철학에 뿌리내리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을 때 그 욕망은 하나의 생물학적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높은 뜻은 민족과 조국의 내일을 걱정하는 마음이요, 깊은 철학은 오늘의 현실을 분석하고 투시하는 힘이 될 것이다.
정치판이 꽉 막혀있는 듯한 답답함 속에서 찾아낸 출구가 무엇이었던가. 국정감사나 상임위 활동을 잘해 개인적 능력이나 과시하고 신문에 이름이라도 자주 오르내리는 것이 최선이었던가. 민족통일, 경제선진국에의 진입 등 민족의 국운을 좌우할 중차대한 전환기에 미력하나마 어떤 힘을 보태려고 노력했던가.
일본의 개항기에 우국의 뜻을 품은 각 번의 무사들은 개인적인 이해나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막부를 토벌하고 개항의 횃불을 들자고 모여들었다.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위해 앞장서 뭉친 선각적인 이들 무사가 오늘의 일본을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각 분야에 경륜과 포부를 지닌 훌륭한 인재들이 즐비해 있다.
문제는 이들의 힘을 한데 모아 민족발전의 충전로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이들의 힘을 한데 모을 공동의 이념, 공동의 실천방법은 찾을 수 없는 것일까.
뿔뿔이 흩어져 개인적인 성장만을 위해 달려갈 때, 우리가 도달할 목적지는 어디일까.
정치를 하겠다고 다시 국회에 들어 온 지금, 정치가로서 높은 뜻과 깊은 철학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만추의 낙엽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자신을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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