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이 대폭 개선된 LG전자가 이익뿐만 아니라 부채 비율 등 재무구조도 몰라보게 개선돼 강한 체질의 기업으로 변신했다. 16일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채 비율은 99%로 2002년 4월 기업분할 이후 처음으로 부채비율 100% 벽을 깨는 데 성공했다. 재고자산 역시 기업분할 이후 최초로 1조원 미만으로 줄어들어 몸집이 크게 가벼워졌다. 재고가 적정 수준으로 맞춰지면 현금흐름이 좋아지고 비용이 절감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 부채가 감소한 것과는 반대로 자기자본은 7.2조원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기업분할 이후 처음으로 부채(7.1조원)보다 많은 상황이 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000억원으로 전년의 다섯 배로 늘어나는 등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데다 비효율 자산 매각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이익 잉여금이 쌓이면서 자기자본이 늘어나게 된 것. 이 같은 LG전자의 체질 개선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성과관리 경영이 시너지 효과를 낸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을 통해 꾸준히 이익을 쌓고 불요불급한 자산들을 지속적으로 정리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 부회장은 지난해 초 취임 직후 ROIC(투하자본이익률ㆍReturn on Invested Capital) 경영을 천명하고 자산사업팀을 신설, 최적의 자산 구조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ㆍ주식 등을 매각해왔다. 지난해 8월 서울 가산동 토지 1만4946㎡와 건물을 505억원에 지주회사인 ㈜LG에 팔았다. 이어 9월에는 전라북도 군산에 있는 군장산업단지 내 토지 66만㎡를 약 590억원에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넘겼다. 또 지난달에는 지분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토비스 주식 68만여주를(지분 6.09%) 장내에서 매각했다. 아울러 남 부회장은 취임 초기 재고 감축을 주요 목표로 설정, 지난 1년간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원단위까지 치밀하게 관리하는 현미경식 경영을 펼쳤다. 휴대폰ㆍ평판TV 등 주력 제품이 잇달아 히트를 치면서 판매가 호전된 것도 재고 감소에 한몫 했다. 특히 휴대폰 부문에서 초콜릿폰ㆍ샤인폰ㆍ프라다폰ㆍ뷰티폰 등이 연이어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끌면서 물량이 달릴 정도였다. 평판TV도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 디스플레이의 재고가 대폭 줄었다. 여기에다 PDP 패널 사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 부문 적자 폭이 계속 줄어든 점도 LG전자의 재무구조 개선에 한몫을 했다. LG전자의 디스플레이 부문 영업 적자 규모는 지난해 1ㆍ4분기 2,621억원에서 4ㆍ4분기 10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40조원을 돌파한 LG전자는 영업이익도 1조2,337억원으로 전년 대비 46.2%나 증가했다. 특히 매출 10조원 돌파, 영업이익률 8.5%를 달성한 휴대폰 사업이 완벽하게 ‘턴 어라운드’에 성공하며 LG전자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 것은 남 부회장이 대차대조표상의 재고ㆍ부채 등 모든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최대한의 가치를 끌어내는 종합적 접근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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