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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잇단 참여… ‘물싸움’ 격화
입력1997-08-19 00:00:00
수정
1997.08.19 00:00:00
문병언 기자
◎휘발유보다 고가불구 음용인구 늘어/시장규모 2,000억… 가파른 상승세로먹는샘물시장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물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95년 5월 먹는물관리법 시행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먹는샘물시장은 연평균 30%이상 고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갈증해소라면 콜라·사이다를 찾던 예전과는 달리 자연상태의 시원한 물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먹는샘물이 유망사업으로 떠오르자 음료업체는 물론 식품, 주류업체까지 물장사에 나서는등 너도나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먹는샘물 소비자는 전체 인구의 5%선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신선하고 깨끗한 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음용인구가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인해 휘발유보다 비싼 데도 불구 먹는샘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6년 전량수출 또는 주한 외국인에게 판매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던 먹는샘물은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내수시장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특히 80년대초만 해도 일부 특수계층만에서만 사먹었으나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소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먹는샘물 시장규모는 지난 89년 1백50억원(10만6천톤)에서 91년 1백80억원(15만2천톤), 93년 3백36억원(24만톤), 94년 8백억원대로 늘어났다.
95년에는 1천3백억원,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3.1%신장한 1천6백억원에 달하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해는 2천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폭발적인 신장세가 지속돼 오는 2000년에는 무려 5천억원의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먹는샘물시장에 발을 내디딘 업체는 허가업체 57개, 수입업체 35개, 무허가업체 30∼40여개등 총 1백20여개에 달한다.
이중 진로종합식품(석수)과 제일제당(스파클)·풀무원(풀무원샘물) 3사가 전체시장의 50%정도를 장악,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시장판도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로라하는 식품·음료·주류업체들이 시장에 참여, 전면전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음료업체로는 해태음료가 처음으로 지난해 6월 강원도 평창에 공장을 완공하고 「해태샘물」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했다.
올 2월에는 국내 최대 음료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충북 청원군 소재 창대음료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계약을 맺고 「아이시스」를 내놓았다. 두산음료도 브랜드를 「산여울」로 정해놓고 샘물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대형 음료업체들의 먹는샘물시장 공략 본격화는 선발업체들에게는 위협적이다.
수십년동안 일반 소매점을 대상으로 구축해 놓은 막강한 영업망을 풀가동할 경우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흑성산음료를 인수,「퓨리스」 브랜드의 제품을 시판중인 하이트맥주와 지난해 샘물시장에 뛰어든 동원산업·한국야쿠르트 등도 무시못할 존재다.
동원산업은 북청물장수를 인수, 「동원샘물」을 내놓고 있으며 「샘물나라」를 시판중인 한국야쿠르트는 OEM업체를 당초 경기도 포천의 이동음료에서 올 4월 강원도 횡성에 있는 오웰식품으로 변경했다. 이들 후발업체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올해 판매목표는 모두 1백억원이 넘는다.
이에 맞서 진로종합식품·제일제당·풀무원 등은 대리점 확충과 함께 대대적인 판촉활동에 나서는 등 수성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또 전국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일제당은 충북 청원군 초정리외에 충남 천안시 목천 흑성산과 전북 완주군 운장산에 새로운 취수원을 확보했으며 진로도 경남 함양에 공장 신축을 추진중이다.
따라서 신규참여 대기업들의 시장뺏기 공세와 기존 먹는샘물 빅3의 방어전략이 맞물리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올해 먹는샘물시장에서는 음료업계의 맞수인 해태음료와 롯데칠성음료, 주류업계의 라이벌인 진로와 조선맥주의 한판싸움이 어떻게 판가름날 지 관심거리다.
해태음료는 자체생산, 롯데칠성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대결하고 있으며 하이트맥주는 계열사인 하이트음료를 통해 진로그룹의 진로종합식품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기업들의 싸움에 등이 터지게 된 것은 군소업체들이다.
군소업체들은 대형업체의 위세에 눌려 지난해 이미 상당수가 정리된 상태인데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건영식품 설악음료 다이아몬드정수 제동흥산 등은 대기업들의 전쟁 와중에서도 나름대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외국산 샘물도 발을 붙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비앙」과 「볼빅」 「바이킹」 「스파」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시장진입을 노렸으나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전체 먹는샘물시장에서 외국산 샘물이 차지한 비중은 겨우 1∼2%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산의 2배에 이르는 비싼 가격에다 운송기간이 1∼2개월이상 걸려 신선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외국샘물 뿐만 아니라 같은 토양에서 나는 물인 북한산 샘물도 판매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신덕산샘물」「금강산샘물」「강서약수」 등이 반입됐으나 신덕산샘물만 월 5만박스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먹는샘물은 물을 퍼담아 팔면 되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오뚜기와 롯데삼강·크라운제과 등 제법 규모가 큰 업체까지 판매부진으로 사업을 중단했을 정도다.
따라서 먹는샘물시장은 2∼3년내에 자금력과 유통망의 열세로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군소업체들은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도태되고 대기업 위주로 완전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문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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