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긴급진단] '그린벨트 개선' 충분한가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孫在英)교수대통령의 공약사항이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도개선의 구체적 시행안이 조만간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린벨트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린벨트 유지를 바라는 사람들은 해당 주민이 당하는 불이익을 이해하고 있어서 규제를 유지하는 대신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구역내 주민들이나 토지소유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이들을 중심으로 대폭적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무래도 그 소리는 환경론자를 중심으로 한 그린벨트 고수론이나 대다수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에 비추어 열세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그간의 그린벨트 제도변화가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제한 완화에 국한되어 왔고 이번에 발표되는 개선안도 제도의 틀을 부인하는 수준에 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성역화됐던 구역경계를 최 초로 재조정할 것으로 전망돼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다. 그린벨트에 관한 논의들을 보면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가 구역내 주민의 불편과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제약이며, 이 두 문제만 해결된다면 그린벨트를 지켜야 한다고 전제하는 예가 많다. 전국적으로 10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70년대 초의 상태로 화석화된 생활환경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고 토지소유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그린벨트 제도가 도입 당시의 상황에서 보상을 요할만큼 상궤를 벗어난 과도한 규제였는 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당시 토지이용 상황으로는 제도 도입이 토지이용 양태의 변경을 강제하는 등의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다른 토지와의 가격격차가 커진 오늘날을 기준으로 새삼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지는 검토를 요한다. 그린벨트의 근본적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즉 광대한 면적의 귀중한 국토자원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사람은 많아서 주어진 땅을 잘 이용하는 것이 국가발전의 필수 과제이다. 그런데 전국토의 5.4%에 달하는 광대한 면적의 땅이, 그것도 대도시 주변 요지의 땅들이 놀고 있다는 것은 국토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주택·빌딩·공장·도로 등의 공공시설이 들어선 토지를 모두 합해도 전국토의 5%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땅이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지, 그 땅을 놀리는 것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초래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일례로 서울시의 경우 그린벨트 중에서 임야가 아닌 땅의 면적이 기존 주거지 면적대비 3분의1에 해당하며, 수도권 전체로는 그 비율이 두 배에 달한다. 이렇게 큰 땅을 못 쓰게 하는 규제 때문에 땅값이 오를 수 밖에 없고, 땅값이 높으면 토지를 집약적으로 쓰기 위해 수십층짜리 아파트를 지어 살아야 한다. 그나마 돈이 없는 사람들은 지하셋방으로 밀려 난다. 또 도시성장에 필요한 토지가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그린벨트를 건너뛴 먼 위성도시에서 힘들게 출퇴근을 해야 하고 그만큼 전철·고속도로 등의 건설비용이 더 든다. 한편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높아가는 터에 그린벨트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깨끗한 환경을 보전할 필요성에는 조금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그린벨트 제도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작은 제도인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린벨트가 「도시의 허파」라는 등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지 못한 선전문구일 뿐이며 깨끗한 공기를 위해서는 경유 사용을 억제하는 등 훨씬 효과적이고 저렴한 정책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녹지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전국 그린벨트의 약 40%는 임야가 아니다. 오히려 그린벨트를 지키느라 기존도시 외곽으로 나가서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녹지가 대규모로 훼손되고 있다. 제도나 조직은 도입 당시의 필요성이 소멸해도 새로운 핑계거리를 찾아가며 목숨을 이어간다. 그린벨트도 대도시 확산과 연담화방지, 국방상의 필요, 후손을 위한 여유공간 확보 등의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대도시권을 공간적으로 오히려 더 확대했고 수도권의 인구증가 추세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국방상의 목적으로는 별도로 군사시설보호구역 제도가 운용되고 있어서 이를 위해 그린벨트를 활용할 필요는 작다. 또 지금은 그린벨트 지정이후 30년 가까이 되가고 있어 이제까지 비축했던 땅을 찾아 쓸 때가 됐다. 그린벨트 제도는 환경보호의 첨병인 것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역할에는 여러 무리가 따른다. 환경관련 제도 및 행정의 지속적인 강화를 전제로 그린벨트 제도는 전면 해제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