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보르도TV '스팀몰드' 적용히트…LG는 '싱글스캔' 상용화 역수출까지<br>다면취 기술도 日업체들이 먼저 개발
| 삼성전자 보르도 TV 50인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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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싱글스캔 50인치 PDP 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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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빅히트를 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보르도 LCD TV. 미끈한 와인모양의 감각적인 디자인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제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개발과정에서 최지성 디지털미디어(DM) 총괄 사장은 머릿속의 디자인을 받쳐줄 외형 재질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개발부에서 들고 온 모형을 번번이 퇴짜놓았다.
최 사장은 사방을 수소문한 끝에 기존 TV 외형과는 다른 재질을 만들 수 있다는 일본의 스팀몰드 기술을 찾아냈다. 최 사장은 즉시 일본 업체에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사와 보르도 TV에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경쟁상대인 일본 업체들이 '내다버린' 기술을 알토란처럼 활용해 연거푸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스팀몰드 기술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삼성전자는 일본 오노산업이 수년 전에 개발해놓고 사실상 방치했던 스팀몰드 기술을 보르도 LCD TV에 채택했다. 스팀몰드는 가전제품의 외형을 사출 단계부터 미끈하게 만드는 기술로, 뛰어난 시각적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일본의 경우 스팀몰드 기술은 노트북PC 등 일부 소형 제품에만 적용되는 등 사실상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국내 금형전문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원가비용까지 줄이면서 스팀몰드 기술을 LCD TV 등 대형 제품에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린 셈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보르도 TV의 표면을 미끈하게 만드는 기술(스팀몰드)을 일본 업체가 먼저 개발했지만 TV 등 대형 제품에는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눈여겨보다 일본 업체에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사와 TV에 첫 적용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일본 업체가 상용화에 실패한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해 오히려 일본에 역수출하는 쾌거까지 올렸다. TV 제작에 필요한 이른바 '싱글스캔' 기술이다. 싱글스캔은 화면을 표시하기 위해 빛을 내는 순서와 방법에 대한 프로세스로 TV 화면의 화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싱글스캔 기술은 원래 일본 NEC가 지난 2003년 최초로 개발했으나 수율문제 등에 부딪혀 상용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LG전자는 2004년 이 기술을 가져와 주도면밀한 연구개발을 거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싱글스캔 기술을 적용한 50인치 PDP 모듈 개발을 완료하고 5월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싱글스캔 PDP는 고해상도 XGA PDP의 보급형 제품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기술"이라며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신소재를 사용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일본 업체들이 거꾸로 LG전자의 싱글스캔 기술을 다시 적용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자업계에 일반화된 다면취(한 장의 유리기판에서 여러 장의 PDP 패널 생산) 기술 역시 일본 업체들이 먼저 개발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세계 기술 개발의 주도권을 넘겨받았다.
일본 업체들은 200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2면취를 도입했지만 삼성SDI와 LG전자가 2004년부터 4면취ㆍ6면취 기술까지 적용하는 바람에 서둘러 6면취 생산을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한발 나아가 세계 최초로 8면취 기술까지 생산현장에 도입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입장에서는 귀중한 기술을 소홀하게 처리했다 오히려 낭패를 봤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국내 전자업체들의 기술 응용력이 일본을 능가할 만큼 한단계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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