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속 중소기업이 수출의 버팀목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잘 살리며 대기업ㆍ중견기업ㆍ중소기업 중 지난해 유일하게 수출이 증가했다. 다만 올해 환율 변수가 큰 가운데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29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중소기업 수출액은 1,026억6,800만달러로 전년대비 1.1% 증가했다. 반면 대기업은 3,640억1,000만달러로 1.9% 줄었고, 중견기업은 804억4,900만달러로 1.8% 감소했다. 전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기업이 66.4%, 중견기업이 14.7%, 중소기업이 18.7%였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기업 수출이 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포인트이자 앞으로 잘 살려나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해외시장을 보고 승부를 거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에도 중소기업이 선방한 것은 FTA를 수출확대 기회로 활용한 덕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과 아세안은 대부분 지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과 달리 각각 4.0%, 9.6%씩 증가한 101억6,500만달러, 157억2,1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반면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23.8%)과 일본(11.1%)은 244억100만달러와 114억3,200만달러로 4.0%와 0.5%씩 감소했다.
주요 수출품으로는 전기기기(15.4%), 기계류(15.2%), 플라스틱(7.9%), 자동차(6.4%), 광학ㆍ정밀ㆍ의료기기(4.7%) 순이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한국 대기업 중 글로벌 플레이어가 많은 것이 중소기업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며 "우리 중기들의 기술수준이 높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더욱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아직 대외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하락으로 올해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8월말 1,135원에서 현재 1,080원대로 떨어졌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브랜드ㆍ품질 등 비가격 결정력이 약하고 환헤지 대응능력이 떨어져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한 실정이다. 특히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조달하는 기업이 많아 타격이 더 심할 수 있다. 또 상당수 중기는 키코(KIKO) 트라우마로 인해 환변동보험과 같은 환위험 관리 수단을 꺼려 환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다.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환 위험 관리를 하는 중소기업은 15%에 불과하다. 자칫 환율하락이 계속된다면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화 중기청 해외시장과장은 "최근처럼 환율변동폭이 크면 중기 수출에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 당장 1~2월이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하다"며 "올해 수출컨소시엄이나 해외전시회 등의 무역촉진단을 지난해 143회 보다 대폭 확대한 201회 파견해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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