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오 전무가 입사한 지난해 1ㆍ4분기를 기점으로 기존 법무조직을 법무와 감사를 통합해 담당하는 클린경영팀으로 재편했다. 클린경영팀은 오 전무가 맡았으며 이달 1일까지 법무 및 감사권을 행사했다.
동양의 클린경영팀은 여타 그룹사의 일반적인 법무조직과 달리 그룹 계열사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감찰할 수 있는 독특한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
내부에는 수사기관의 취조실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별도의 방까지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의 한 관계자는 “법무팀은 과거 그저 법률 자문 역할을 하며 외부에 부탁하는 수준의 조직이었지만 오 전무 취임 이후 위상이 180도 변했다”며 “다른 계열사 임원들을 취조실로 불러 감사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오 전무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권한은 이 부회장의 비호와 함께 그룹 내에서 김철 라인이 활동하는 기반이 됐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오 전무가 나섰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오 전무의 영향력이 어디까지였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 비위가 아니라 그룹 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부분도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 전무는 “증권 지점 중에 나쁜 관행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그동안 관행에 없던 임원급 이상에 대한 비위를 감사하러 나서면서 생긴 루머”라고 반박했다. 특히 오 전무는 “그룹 위기를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증권사에서 기업어음(CP) 구매를 권유해 1억원 이상 구매한 적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오 전무는 본래 검사 출신으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연루됐던 BBK 사건 때 이 전 대통령을 돕는 등 측근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오 전무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만든 서울시 특명감사반에 합류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특명감사반은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청계천 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자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오 전무는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자 BBK, 다스 비리 의혹 등을 방어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법무행정분과위 전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MB 라인으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부산 동래구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낙선하면서 공직에서 멀어졌다.
동양에 입사한 계기는 김정득 전 ㈜동양 건재 부문 대표가 개인적인 연을 바탕으로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 전무가 김철-김정득-이상화 전 동양시멘트 대표 등과 함께 김철 라인의 핵심 라인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전무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ㆍ동양레저 외에 동양시멘트ㆍ동양네트웍스 등 그룹 법정관리 현황을 마지막까지 알고 있었던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계열사 중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법정관리 신청 여부는 계열사 대표들은 물론 김봉수 상무 등 일부 오너 일가도 미처 몰랐던 부분으로 전해진다.
오 전무는 실제 이달 1일 동양네트웍스 법정관리 신청이 결정되는 것과 동시에 소속을 금융계열사에서 동양네트웍스로 변경했다.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 전략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양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혜경-김철 라인이 동양네트웍스를 재기 전략의 핵심거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 전무의 소속변경에 따라 현재 알려진 인물 가운데 동양그룹 내에 남아 있는 이혜경-김철 라인은 모두 동양네트웍스에 집결하게 됐다. 이상화 전 동양시멘트 및 동양인터내셔널 대표는 지난 7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김 대표가 회사로 영입하며 순식간에 고문에서 ㈜동양 건재 부문 대표로 승진하기도 했던 김정득 전 대표는 법정관리 이전 회사를 그만뒀다.
오 전무는 “동양네트웍스에는 그룹 전략기획본부가 해체되면서 법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자산보전 처분이 나오기 전 소속을 이전한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기존에 없던 기강 세우기를 하기 위해 준법경영팀을 만들었지만 군림할 수 있다는 오해에 따라 이름도 클린경영팀으로 바꾼 만큼 조직을 장악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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