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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김운규 현대건설 사장
입력1999-11-14 00:00:00
수정
1999.11.14 00:00:00
얼어붙은 땅을 녹이는 선봉에 선 김윤규(金潤圭·55) 현대건설 사장 겸 현대아산 사장. 그는 지난 1년 남짓을 회고하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주춧돌을 놓았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라고 겸손해했다.연간 매출액 10조원의 거대기업을 이끄는 선장으로서 남북한간 상호신뢰의 초석을 쌓는 데 실무총책을 맡은 金사장을 만나 금강산사업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천년을 맞는 한국의 대표기업 현대건설의 전략 등을 들어봤다.
_오는 18일이면 금강산 관광이 닻을 올린 지 꼭 1년이 됩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지난 1년을 나름대로 평가하신다면 어떻습니까.
▲금강산 관광사업은 단순히 현대만의 사업이 아닙니다. 국가적·민족적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한 대화의 물꼬를 트고 공존공영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대북경협사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고 북한을 방문하면서도 그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_금강산 관광사업은 남북한간 긴장완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들입니다. 그 예로 지난번 서해안교전 같은 경우 예전 같으면 주가가 폭락하고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등 혼란이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높이 평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습니다. 서해안 교전사태가 남북한 군사당국간에 원만히 타결됐던 것도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상호신뢰가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북한간 긴장을 완화하고 교류를 증진하는 차원 외에 경제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이 허용됨에 따라 외화가득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_그러나 금강산 관광이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품을 더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지난 1년간 14만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다녀왔습니다. 1주년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사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지난달에는 북측으로부터 30년 사용보장서를 받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19일부터 온정온천이 부분적으로 개장되고 금강산여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내년 상반기부터 관광객들은 선박이 아닌 뭍에서 묵을 수 있게 됩니다.
_20일에는 장전항 부두공사도 마무리된다지요.
▲그렇습니다. 장전항 부두가 완공되면 관광선이 곧바로 관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편안히 관광할 수 있습니다. 20일 장전항 부두 준공식을 갖기 전부터 관광선을 장전항에 곧바로 접안하고 있으나 이번에는 도로 등 기반시설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됩니다. 앞으로 호텔과 골프장·스키장 등이 들어서면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더 많아집니다.
_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회사 안팎에서는 金사장이 취임하고 나서 많이 변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과찬이십니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반드시 성과가 있어야지요. 남들이 쉴 때 일하고, 남들이 일할 때 더 열심히 일하는 게 경쟁력의 바탕이죠. 건설회사는 이같은 경쟁력이 큰 힘입니다. 축적된 경험과 지식, 개개인의 능력은 커다란 무형의 자산이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0세기의 남은 2개월 동안 두배의 능률을 올리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2000년을 대비하려면 이런 의지와 각오없이는 안될 것입니다.
_해외 건설시장이 지난해 최악의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건설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어떤 전략이 주효했는지, 내년도 해외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지요.
▲연말까지 해외수주액은 창사 이래 최고인 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39억달러의 공사를 따냈습니다.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실적이 13억달러이니 3배가 넘는 규모지요.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력이 해외 발주처들로부터 인정받은 결과입니다.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직접 발주처 인사들을 만나 현대의 기술력과 신인도를 제고시키고 신뢰를 심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게 큰 힘이 됐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동남아와 중남미를 순방하며 에너지와 가스·발전사업에 대한 참여를 심도있게 협의했습니다. 내년에는 유가상승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지역을 적극 공략하고 유럽과 아프리카 등 새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힘쓸 방침입니다.
_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해외건설은 단순시공 위주의 옛 패러다임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단순한 하도급공사는 부가가치가 낮은 게 사실입니다. 외화가득률과 부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플랜트와 같은 고급·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합니다. 올해 현대의 수주실적은 단순히 금액만 늘어난 게 아닙니다. 시장이 다변화해 대형·고부가가치형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지요. 또 시공력만 믿고서는 수주할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 저리에 조달한 자금과 시공력을 잘 조합해야 선진 건설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최근의 해외수주시장은 자금동원력과 정보력·기술력이 3박자를 맞춰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_해외건설이 호조를 보이는 데 비해 국내건설, 특히 공공공사는 발주물량이 감소해 어려움이 많지 않습니까.
▲올해는 국내 수주물량이 적어 건설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공사 외에도 우리가 할 일은 많습니다. 지난 10일 현판식을 갖고 출범한 경인운하주식회사는 현대가 주간회사로 총사업비 1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민자사업입니다. 또 총사업비 5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인천국제공항철도도 외자유치선인 미국의 벡텔사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연내 착공될 것이고 벨기에 트락테벨사와 50억달러 규모의 투자유치를 합의한 것과 같이 민자발전사업에도 적극 진출할 것입니다.
_유수의 건설회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도산했는데 이는 재무구조의 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부채비율축소 등 재무구조개선을 주문하고 있는데 현대건설은 어떻습니까.
▲지난해와 올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미국과 유럽계 금융기관을 통해 외자를 유치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한 결과 지난해 500% 이상이던 부채비율이 290%로 떨어졌습니다. 연내에는 250%까지 내릴 작정입니다. 금융비용이 줄어들고 유동성이 좋아져 상반기에는 420억원의 흑자경영을 실현했고 연말까지는 더 좋은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_새로운 천년을 맞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올해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수주실적이 10조원을 넘어섭니다. 내년에는 1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수익성 위주의 경영과 구조조정, 금용비용 절감노력 등이 내년에는 빛을 볼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건설회사도 세계 「톱10」에 들어갈 때가 됐습니다. 세계 초일류 건설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설계·엔지니어링 능력을 확충하고 대규모 개발사업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년 현대건설은 세계 10위 건설업체에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대담=金熹中 사회부차장JJKIM@SED.CO.KR
정리=권구찬기자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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