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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빌딩의 비밀(한국 기업문화를 찾아서)

◎세계 어디서나 같은 형태 건물/창문 맨위 반원모양 한눈에 자체빌딩 확인/외벽도 국산화강암 통일, 신토불이 내비쳐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빌딩은 한눈에 알 수 있다. 건물의 창문 꼭대기 모습이 반원형태로 모두 똑같기 때문이다. 이런 건물을 보면 그게 어디에 있든 「현대소유」라고 보면 된다. 서울 종로구 계동의 그룹 본사빌딩을 비롯 광화문 빌딩, 원효로 현대자동차써비스 빌딩, 풍납동 서울중앙병원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울산의 현대정공이나 자동차빌딩 등 지방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방에서든 현대자동차 영업소나 현대증권지점이 들어서 있는 빌딩의 모양이 이렇게 돼 있다면 그것은 임대가 아니라 자체빌딩이란 뜻이다. 국내만 그런게 아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비즈니스센터와 같이 현대가 해외에 건설하는 빌딩도 끝처리는 똑같다. 이런 모습을 하게 된 이유와 여기에 담겨있는 현대의 문화는 무엇일까. 그 이유로 현대는 계동사옥을 들고 있다. 계동사옥이 준공된 것은 지난 83년10월이다. 여러곳에 거점을 마련하던 현대는 그룹의 심장부를 만들었고 그 모습이 반원형태로 됐다. 이후 다른 빌딩도 같은 형태를 유지함으로써 역사와 전통을 잇고 일체감을 조성한다는 뜻을 담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주영명예회장이 특별히 좋아하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하고 있다. 또다른 이유로는 현대 특유의 스피드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문화와도 맥을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현대빌딩은 외부의 디자인이 같아 국내외 어디서든 건물을 지을 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건축설계에 필요한 시간이나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규모만 다를 뿐 어떤 빌딩을 짓든 그동안 지은 건물의 설계도나 경험을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속성과 합리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빌딩의 표준화」다. 또 현대는 겉으로 볼 때 다른 그룹에 비해 일체감을 중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현대의 빌딩과 관련, 또 하나 관심있게 볼만한 문화적 소재는 외부재료다. 현대의 모든 빌딩은 외벽이 「국산 화강암」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게 화강석이다. 이는 민족기업이며 「신토불이기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현대가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나 일본에 상당부분 예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기업과 달리 일본업체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사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성장했다는 평가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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