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은행주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1ㆍ4분기 어닝시즌에 들어가면서 정보기술(IT)과 은행 등 일부 업종의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 상향 이슈가 가세한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25포인트(0.76%) 오른 2,029.29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업종별로는 은행업종이 1.88% 상승한 것을 비롯해 운송장비(1.73%), 전기ㆍ전자(1.49%), 금융업(1.36%) 등 상당수 업종이 1%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종목별로는 하나금융지주(5.15%)와 우리금융(3.85%), KB금융(2.78%), 신한지주(2.06%) 등 대형 은행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또 삼성전자(1.88%), LG전자(1.69%), 현대차(3%), 기아차(2.16%) 등 IT와 자동차주들도 상승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은행과 IT, 자동차 등의 업종이 크게 오른 것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로 상향 조정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이날 한국의 재정건전성과 은행 부문의 대외취약성 감소, 양호한 경제성장 전망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올린다고 밝혔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과 자동차, IT 업종의 경우 1ㆍ4분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용전망 상향 이슈가 가세하면서 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진 것 같다”며 “신용전망 이슈가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1원 내린 1,127.9원을 기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는데 원화가 이날 5원 이상 하락한 것은 그 만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며 “경기 상황에 대한 낙관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서 앞으로 경기 민감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용전망 상향 이슈는 이날 선물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최근 2거래일 동안 선물시장에서 7,585계약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날 3,862계약을 순매수했다. 최근 외국인의 숏 포지션이 강했지만 12일 옵션 만기일을 앞둔 가운데 포지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신용등급 상향 이슈가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를 이끌었다”며 “외국인이 매수 포지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번 옵션 만기일에도 대규모 매물 출회로 인한 주식시장 악영향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전망 상향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3.57%를 기록했다. 비록 이날은 채권 수익률이 소폭 오르긴 했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피치가 한국 경제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인 뒤 외국인의 매수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었다”며 “무디스의 신용전망 조정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40% 수준으로 떨어지리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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