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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에게 주는 삶의 지혜

■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 (앨런 맥팔레인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평생 네 다리로 기어만 다닐 것 같던 손녀가 입에 물고 있는 막대 사탕을 빨다 말고 갑자기 묻는다. “친구란 무엇인가요?” 손녀를 번쩍 들어 품안에 안는 할아버지 ‘어느새 우리 손녀가 다 컸구나’라며 웃음짓는다. 갑자기 커버린 손녀가 대견스럽다. 그런데 정말 친구란 무엇일까…. 대답이 옹색해진 할아버지에겐 이 책이 제격이다. 저자인 앨런 맥팔레인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는 사랑하는 손녀딸이 10년 뒤 읽어보기를 바라며 스물여덟통의 편지를 써 내려 간다. ▦나는 누구일까 ▦사랑하면 꼭 결혼해야 할까 ▦친구란 무엇일까 ▦학교는 왜 엉뚱한 생각을 싫어하는 걸까 등 살면서 한번쯤 던질 법한 질문에 대해 노 교수는 혜안을 가지고 답한다.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인 저자는 인류학자이자 역사학자로 3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삶의 영원한 화두에 그의 깊은 통찰력은 거침이 없다. 그가 말하는 세상의 지혜는 어떤 것일까. 저자는 스스로가 속한 사회와 역사ㆍ문화로부터 거리 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랑과 결혼 문제만 해도 그렇다. 낭만적 사랑을 필수 조건처럼 여기는 사회에서는 사랑이 없는 결혼을 불행과 동일시하지만 사랑과 결혼이 별개인 사회도 있고 심지어 결혼 자체가 없는 사회도 있다는 은유적인 답변을 내 놓는다. 테러리스트에 관한 질문의 답은 또 어떤가. 우리가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유의 투사로 보일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진보적 인류학자로서의 세계사를 보는 독특한 시각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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