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보증제도를 전면 개편한 배경은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던 중소기업금융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의 보증제도는 중소기업의 육성과 지원이라는 명분아래 ‘퍼 주기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따라 보증기금의 부실과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낳았고, 그 결과로 외환위기 이전에 11조원에 불과했던 보증잔액은 현재 30조원까지 늘어났다. 보증제도 개편에 따라 기술력과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은 집중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반면 그 동안 보증제도에 편승해 목숨을 연명해 온 부실 기업들은 과감히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됐다. 보증제도에 시장경제 논리가 도입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자체 신용이나 담보 부족으로 보증기금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선의의 중소 업체들 마저 자금난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보증제도 개편은 신용등급과 보증거래 기간별로 보증비율을 차등화하고, 동시에 보증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신용등급 ‘AAA’인 기업은 거래 기관과 상관없이 50%, ‘AA’~’A-‘인 기업은 75%까지 밖에 보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지금은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85~90%의 보증을 받고 있다. 신보는 또 최고 보증한도를 현행 1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줄이고 5년 이상 보증을 이용해 온 기업들에 대해 가산 보증 수수료를 부가해 보증의 질적 차별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출연기관과 자금의 특성에 따라 보증 비율을 차등 적용해오던 것을 기업의 신용등급과 보증이용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김규복 신보 이사장은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차별적인 보증지원을 실시하겠다”며 “구조 조정되어야 할 기업이 보증지원으로 인해 더 이상 시장에서 연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편된 제도가 시작될 경우 평균 보증비율은 현재 84.9%에서 내년에는 83.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보는 기존 보증을 계속 줄여나가는 대신 혁신 중소기업이나 창업 중소기업에 대해선 보증의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기술력과 성장성이 높은 혁신 중기에 대한 보증을 오는 2009년까지 전체 보증의 50% 수준까지 늘리고 보증 수수료를 줄여 주는 정책이 시행된다. 현재 혁신 중기는 신보 전체 보증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제도 시행 초기에는 시장 충격은 물론 중기들의 애로 사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증 기관을 찾는 중소 업체들은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힘든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즉 담보나 자체 신용으로 기업 운전 자금 및 시설투자 비용을 대출 받을 수 없어 보증기관의 보증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인데 보증제도가 대폭 강화됨에 따라 대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증에 차등을 둠으로써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선의의 기업들까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책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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