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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수입철강 넘쳐 문 닫을 판인데 온실가스 규제까지… '사면초가'

■ 위기의 제조업 <하>

글로벌 경쟁심화·수요 부진 속 저가 中철강재 국내 대거 유입

업계 사업 축소 등 생존 몸부림

ICT 결합 고부가 철강 개발하고 세제혜택 강화 등 정부 역할 중요


포스코는 지난 15일 발표한 쇄신안을 통해 2년 내 국내 계열사 절반과 해외 사업 30%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계열사 대표 5명을 포함한 임원 43명을 경질했다. 올해로 47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반백년 역사에서 초유의 일이다.

포스코는 한국 철강 산업 발전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띠고 1968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로 출범한 후 꾸준히 성장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산업의 기초소재인 철을 공급함으로써 자동차와 조선·전자·기계 등 다른 산업 발전의 기틀이 됐다. 이런 포스코가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것은 비단 포스코라는 1개 회사가 아닌 한국 철강 산업이 커다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6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개별실적을 기준으로 올해 2·4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급감한 6조5,76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등이 부진했고 중국 역시 성장이 정체되며 수요 자체가 떨어진 탓이 컸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은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처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의 올해 철강 수요량은 6억9,000만톤으로 2년 연속 3%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생산량은 매년 늘어 자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한 철강재가 대거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무거운 철강재는 운반비용이 많이 들어 주로 가까운 나라에 수출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의 철강 공급 과잉은 극심해졌고 가뜩이나 어려운 업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5월 기준 국내 철강 시장에서 수입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33.2%에 달하며 품목별로 선재는 46.3%, 핫코일 32.0%, 봉강 29.7% 등을 기록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제품 때문에 국내 철강업체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내건 포스코 외에도 현대제철은 1일부로 자동차 경량화 강판 등에 특화된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해 경쟁력 제고에 나섰고 동국제강은 경북 포항의 후판 사업을 접었다.

철강 업계는 극심한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에 따른 치열한 경쟁 외에 정부의 환경규제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3년간 배출권 구매에 2,126억~6,378억원을 써야 하고 1,400만톤 규모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시황이 회복되더라도 세계적인 철강 설비 과잉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사정이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원가를 최대한 줄이거나 기술력을 압도적으로 높이는 수밖에 없다. 철강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용 철강소재 개발에 뛰어들거나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는 이유다. 하지만 철강업은 각국이 전략산업으로 삼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부문인 만큼 국내 업체들 각자의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업체들과 겨루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수시장 보호를 위해 외국산 불량 철강재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가 간 무역마찰에 적절히 대응하고 원료 도입시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등 철강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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