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바로 잡아온 중소기업옴부즈만이 인선 책임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청의 늑장 행정으로 한달 가까이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중견·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며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는 것과는 거꾸로 가는 행태여서 업계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6일 중기옴부즈만 지원단에 따르면 김문겸 전 옴부즈만(숭실대 교수)은 임기만료로 지난달 15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정확히 23일째 비어있는 상태다. 지난해 조직확대까지 한 중기옴부즈만실은 그동안 규제 발굴과 개선에 힘써 오면서 '중소기업 호민관'의 역할을 해왔다.
중기옴부즈만이 공석으로 있게 된 이유는 중기청의 업무태만 탓이 크다. 국무총리가 중기옴부즈만을 위촉하려면 먼저 중기청이 후보 추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중기청은 3월14일로 김 전 중기옴부즈만의 3년 임기만료가 예정돼 있었음에도 제대로 인선 작업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청은 아직까지도 내부 심사 중으로 추천을 끝내지 못한 상태다.
중기청은 중기옴부즈만 선임 지연에 대해 처음에는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이 일을 안하고 있다"며 책임을 미뤘다. 중기청의 조종래 옴부즈만지원단 과장과 신기룡 운영지원과 과장은 "추천이 끝나 중기청에서 할 일은 다 끝냈다"며 "하루라도 빨리 선정하자는 게 우리 입장인데, 국무조정실이 조직 정비로 선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에 확인 결과 중기청은 아예 후보 추천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중기청 추천명단이 아직 안 들어왔다"며 "이전에 옴부즈만 임기가 다 돼 추천을 하려고 한다는 정도로 알려 왔으며, 규제개혁위원회에 올릴 정식 안건은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의 반박과 관련, 조 과장은 "중기청에서 후보 추천을 위한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국무조정실 얘기가 맞다"고 말을 바꿨다. 신 과장도 "후보 추천은 원래 지원단에서 하던 일인데 10일전 쯤에 운영지원과로 넘어왔다"며 "당시에는 추천을 한 줄 알았는데, 정식 문서상으로 국무조정실에 넘긴 적이 없다"고 시인했다. 이어 "국무총리가 관심있어 하는 사항으로 역량있는 사람으로 신중하게 검토하다 보니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중기청의 미흡한 사전 준비와 늑장 처리 때문에 중기옴부즈만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소업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대통령이 끝장토론을 주관할 정도로 규제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마당에 일선 행정기관들은 '나몰라라'하며 태만한 정도가 도를 넘고 있다며 혀를 끌끌 차는 분위기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그렇게 중요한 자리면 임기가 끝나기 전부터 정부가 철저하게 준비를 했어야 했다"며 "옴부즈만은 지역 중소업체들을 매주 찾아 다니며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하려 힘써 온 만큼 하루 빨리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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