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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입력2003-01-29 00:00:00
수정
2003.01.29 00:00:00
우리 속담에 `갓장이가 헌 갓 쓰고 무당이 남 빌려 굿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다른 손을 빌리는 경우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제 기능을 발휘 못하고 정부규제정책에 기대고 있는 주택시장의 형편이 이러하다.
수도권 주택시장은 지난해부터 잇따른 정부의 주택안정대책으로 동(冬)장군을 제대로 만났다. 매매는 물론 전세까지도 거래가 3개월 가까이 끊겨 매물이 쌓이고 있다. 값이 일주일새 평균 1% 안팎씩 떨어지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물론 지난 2~3년간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거래시장이 과열현상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이런 탓에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시장침체를 거품이 사라지는 과도기적 단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좀더 엄밀히 살펴보면 가격거품이 가라앉았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호가(呼價)만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정부규제정책에 의한 심리적 충격이 사라져 다시 거래가 활발해지면 언제든지 값이 급등할 소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거래공백상태를 시장안정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시장안정이란 거래가 원활한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적정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에 반해 지금은 거래도 없고, 적정가격도 없다. 오로지 호가만이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최근 다시 재산세와 같은 보유세 강화라는 칼을 들었다. 강력한 세제정책은 시장을 더욱 위축시켜 시장기능 자체를 마비시킨다. 부의 사회적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사용돼야 할 세제정책이 시장통제를 위한 도구로 오용되고 있다.
보유세 실질과세는 부의 형평형을 맞춘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그 전에 과표 현실화와 같은 세제 인프라를 먼저 갖춰놓는 작업부터 차근차근 진행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당장 집값을 잡기위한 엄포용으로 사용된다면 조세저항만 커질 따름이다.
주택안정대책은 시장이 정부 간섭에 대한 중독성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뻔히 `보이는 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시장을 맡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규제에 대해 내성이 생겨 `보이는 손`마저 힘을 잃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민병권기자(건설부동산부)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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